
경쟁 업체들은 당장의 '도미노식' 가격인상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동서식품의 '덩어리'가 워낙 커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별개로 동서식품의 이번 조치가 서태지, 이지아의 이혼소송이 터진 시점에 급작스럽게 나왔다는 점에서 반발여론 최소화를 의식한 계획된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 '가격유예기간' 없는 전광석화 가격인상
동서식품의 가격인상결정과 실행과정은 그야말로 '전광석화'다.
금요일인 지난 22일 동서식품은 10% 수준의 제품가격 인상계획을 발표했다. 25일 출고가부터 바로 적용키로 했다는 설명이 붙었다. 정상근무가 이뤄지지 않는 23일 토요일과 24일 일요일을 빼면 단 하루의 '가격유예기간'도 없는 셈이다. 커피구입에 따른 소비자들의 지출이 하루아침에 늘어났다는 얘기다.
동서식품에 따르면 맥심 모카골드 170g 리필제품 가격은 5340원에서 5860원으로 9.7%정도 올랐다.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 1.2kg(100개입) 제품은 1만340원에서 1만1350원으로 9.8%가량 비싸졌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국제원두 가격이 폭등하는 등 원재료 가격상승으로 가격인상을 결정했다"며 "커피 원두 가격은 지난해 4월 1파운드당 평균 134.7센트에서 지난 20일에는 299.5센트로 2.3배나 뛰었다"고 밝혔다. 34년 만의 최고치라는 부연이다.
이미 시장에 풀린 재고물량 소진시점이 변수이긴 하나 대형마트와 같은 매장별 판매 가격은 '뜸들임' 없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들의 가격부담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네슬레나 남양유업과 같은 경쟁업체들이 가격인상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다만 이들 업체 합산 시장점유율이 동서식품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고 있어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커피시장에서 점유율 76%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동서식품을 대표적인 독과점 기업으로 지목했을 정도다. 동서식품에 대한 여론이 따가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동서식품이 가수 서태지, 연기자 이지아의 이혼소송을 틈타(?) 가격인상시기를 전격적으로 앞당겼다는 추측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 서태지-이지아 파문에 앞당긴 가격인상(?)
각종 포털싸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이들의 소식이 연일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두 자리 수에 육박하는 가격인상소식 역시 소비자들의 입방에 오를만한 대형 사건으로 해석되나 '핵폭탄급' 연예계 소식에 자연스레 묻히는 분위기다. 동서식품이 가격인상결정과 실제 적용을 다급히 결행한 것을 우연이라고 하기엔 뒷맛이 개운치 않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직장인 임모씨는 "아무리 원가가 올랐다고 해도 가격을 10%가까이 단숨에 올린 것은 '먹기 싫으면 말라'는 배짱처럼 보인다"며 "서태지, 이지아 덕분에 (동서식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욕을 덜 먹을 것 같다. 얄밉다"고 말했다.
주부 강모씨는 "다른 커피 브랜드로 바꿔 타는 소비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커피시장은 총 1조2000억원 정도 규모로 이중 1조원 정도를 커피믹스가 차지하고 있다. 동서식품이 70%이상으로 굳건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네슬레가 20%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지난해 말 출사표를 던진 남양유업은 10%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