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 10년 넘은 이메일 계정 일방 삭제"
상태바
"SKB 10년 넘은 이메일 계정 일방 삭제"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5월 02일 08시 28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용절감 내세워 '막가파식' 통합…취재 직후 슬며시 '꼬리'

"10년 넘게 사용해온 이메일 주소를 못쓰게 됐다."

SK브로드밴드가 일부 고객의 불편을 무시한 채 자사 비용 절감만 우선시한 이메일 통합 서비스 정책을 단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서비스 개편을 명목으로 수년간 사용해온 이메일 계정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에 업체 측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응대한 정황도 포착됐다.

SK브로드밴드는 본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문제 해결 의사를 밝혔다.

◆ "10년 넘게 쓴 이메일 주소 업무상 자산인데…"

SK브로드밴드 고객인 서모(서울시 송파구)씨는 최근 업체 측의 이메일 서비스 정책 변경과 관련해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08년 하나로텔레콤 지분을 SK텔레콤이 인수하면서 탄생한 회사다.

하나로텔레콤의 전신인 하나로통신 시절부터 이 회사 서비스를 이용해온 서씨는 과거 업체가 제공한 이메일 계정 'hananet.net'(하나넷)을 지금껏 사용해왔다.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 받을 때뿐만 아니라 국내∙외 협력사 관계자들과 업무와 관련된 의사소통을 할 때도 하나넷 계정을 사용해 왔다.

하나넷 메일을 10년 넘게 써온 서씨에게 이메일 주소는 무형의 '자산'이나 다름 없다.

업무상 편의를 위해 여러 메일을 한번에 관리할 수 있는 '아웃룩 익스프레스'를 사용하는 이씨. 이 프로그램은 메일 송∙수신 양이 많은 직장인들이 유용하게 이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씨는 더 이상 이 프로그램으로 하나넷 메일 계정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SK브로드밴드가 하나넷 메일계정을 자사 계열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 메일로 통합, 강제 이전했기 때문이다. 아웃룩 익스프레스에서 하나넷 메일을 이용하려면 별도의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네이트 통합 이후 인증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나로통신에서 SK브로드밴드로 바뀌는 과정에서 회사가 제공한 여러 메일 계정을 한 곳에서 관리하도록 해 유지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씨는 SK브로드밴드와 네이트 측에 수 차례 불만을 제기하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나넷 메일 계정을 이용하는 사용자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씨는 "10년 넘게 써온 이메일 주소는 업무상 매우 중요한 자산인데 더이상 못 쓰게 됐다"며 "하나넷 메일을 계속 쓰려면 몇 십 만원에 달하는 아웃룩 최신 버전을 구입해 사용하라는 업체 측의 주장이 말이 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회사 편의대로 이메일을 통합해 놓고 고객 불편은 무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K브로드밴드는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고객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두루뭉술한 답변만 내놨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웃룩 익스프레스를 통한 하나넷 메일 전송은 제한된 것이 맞다"며 "(이씨처럼) 하나넷 메일 사용과 관련한 불만이 있지만 현재 메일 서비스 정책을 변경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바뀐 회사정책, 불편해도 따라라?

이어 그는 "하나넷 메일 사용자가 많지는 않다"며 "기존에 제공되던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좋겠지만 서비스 정책이 바뀌면 (소비자가) 일정부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서비스 제공 비용 절감, 회사 편의를 위해 바뀐 정책 때문에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불만 해소를 위해 노력은 하고 있는데……"라며 얼버무렸다.

최근 이씨는 본보에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업체 측이 돌연 태도를 바꿔 아웃룩 익스프레스에서도 하나넷 메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본보 취재 직후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회사의 조치로 분석된다.

이씨는 "몇 달간 풀리지 않던 문제가 방송통신위원회와 언론에 제보한 후 해결됐다"며 씁쓸해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업체 측이 서비스 유지비용 때문에 소수의 고객을 버린 것 아니냐는 식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 소비자는 "회사를 인수하고 서비스 정책을 바꾸는 것은 업체 측의 결정 아니냐"며 "그에 따른 불편은 모두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행태가 괘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소비자가 말할 때는 콧방귀도 안 뀌더니 방통위에 혼이라도 날까 급히 꼬리를 내리는 업체의 꼴이 우습다"고 비꼬았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