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가 비만-중독 일으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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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쌀국수 급식' 추진에 밀가루 폄훼… 제분업계 '발끈'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밀가루가 비만과 중독을 일으킨다고 소비자들이 오해할 것 같아 기분이 유쾌하지 만은 않네요."(제분업계 관계자)  

 

소비자들 사이에 때아닌 밀가루 유해성 논란이 일어 제분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일부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쌀국수 시범급식을 실시키로 결정하면서 밀가루가 '중독'이나 '비만'을 일으키는 주범처럼 묘사한 것이 화근이었다.

 

가뜩이나 '가격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던 제분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무신경한 정책홍보를 질타하는 의견도 나왔다.

 

"밀가루 중독이 아니라 소스중독 아닌가"

 

농림수산식품부는 올 7월까지 전국 교육청을 통해 선정된 전국 41개 초등학교 학생 3만여명에게 쌀국수 시범급식을 시행한다고 최근 밝혔다. 쌀가공식품 소비확대가 취지였다.

 

어린아이들의 입맛이 밀가루 식품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쌀 제품의 소비확대에 한계가 있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아이들이 입맛이 밀가루에 '중독'돼 있다며 어른이 돼서도 자연스럽게 쌀 제품을 애용할 수 있도록 쌀국수 시범급식을 추진키로 했다는 부연이었다. '밀가루맛'에 적응된 입맛을 '쌀맛'으로 바꾸고자 한다는 의미나 표현이 과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분업계의 신경을 자극한 대목은 또 있다. 아토피, 천식 등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며 이번 시범급식이 '밀가루보다 건강식'인 쌀제품 선호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농식품부가 덧붙였던 것. 

 

제분업계는 발끈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농식품부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밀가루를 마약취급 하는 것 같다""아이들은 밀가루 음식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밀가루 음식에 쓰이는 자극적인 소스와 향신료에 중독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쌀 원료를 베이스로 만든 햄버거나 피자와 같은 인스턴트 식품은 이미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하지만 아이들의 입맛에 맞는 새콤달콤한 소스가 곁들여지지 않는다면 오래 못가 메뉴가 없어지고 말 것"이라고 추측했다.

 

제대로 된 섭취를 하면 오히려 쌀 보다 건강식으로 분류된다는 부연이다.

 

실제 한국 제분협회에 따르면 밀은 100g당 열량이 쌀보다 30칼로리 정도 낮다. 그에 비해 단백질(4.5% 내외), 섬유질 (1.4%내외)을 비롯 티아민리보플라빈∙니아신과 같은 비타민B군은 소량이나마 함유량 면에서 쌀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트턴트식품에 널리 쓰이는 탓에 건강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밀가루의 이면이다. 제분협회의 불만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일반인들은 '쌀면' '밀면' 구분하지 못할 정도"

 

이와 별개로 '쌀면'을 통해 어린이들의 입맛을 바꿔보겠다는 농식품부의 계획에는 일부 허점이 엿보인다. 쌀 자체를 ''이 아닌 면으로 가공한 이상 쌀과 밀가루의 맛을 구분해 내기란 쉽지 않다.  

 

생면업계 관계자는 "가루형태의 쌀과 밀을 면으로 뽑았을 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맛으로 쌀면인지 밀면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면류 가공기술이 워낙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면음식에 익숙해지는 것일 뿐 '쌀맛'에 익숙해지는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가능해 농식품부의 정책 전반에 의문부호가 켜진다.

 

소비자들의 의견은 갈렸다.

 

주부 박모씨는 "아무래도 어린아이들이 먹기에 밀가루 보다는 우리쌀이 건강에 좋지 않겠느냐""쌀농가를 돕는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아 전국적으로 (쌀면급식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씨는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논리를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 강하다""무엇보다 밀가루에 대한 부정적인 잘못된 정보가 소비자들 사이에 흘러 드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쌀국수 구입비로 16800만원, 효과성조사 연구비로 2600만원 등 총 19400만원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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