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PC, 휴대전화와 같은 IT제품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도시바로 대표되는 현지 IT부품 생산처가 크게 타격을 받아 원가상승이 확실시 되고 있다. 가계부담이 가중돼 소비심리도 일정 정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 "3분기까지 공급 부족 지속될 것"
일본내 상당수 IT업체 및 닛산, 혼다 등 자동차 제조사들이 가동을 중단했다. 대지진에다 원전폭발사고까지 겹친 탓이다. 특히 도시바를 비롯 IT제조사들이 사실상 가사(假死) 상태에 빠져 관련 시장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애플의 최근 행보가 이를 방증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일본 대지진 직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낸드플래시 추가 공급을 위한 재협상을 비밀리에 제의했다. 이 부품은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할 수 있고 데이터를 자유롭게 저장·삭제할 수 있다.
애플이 최근 내놓은 아이패드2는 공급량이 크게 달릴 정도로 세계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물론 낸드플래시가 장착된다. 세계 낸드플래시 물량의 3분의 1가량을 공급하는 업체는 다름아닌 앞서 언급한 도시바다.
도시바는 가동이 중단된 요카이츠 공장에서 전체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는 도시바의 향후 2개월간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낸드플래시 수급이 지연돼 제품생산이 더뎌지지 않을까 하는 부담을 애플 측이 안고 있는 셈이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일본 지진으로 올해 도시바 (낸드플래시) 공급증가율이 이전 전망치인 75%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3분기까지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TV와 휴대전화, PC모니터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LCD 패널 역시 도시바의 주력 생산품 중에 하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가전업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 "이미 부품난은 벌어진 것이나 다름 없다"
익명을 요구한 IT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IT업체들 사이에 부품을 확보하느라 전쟁이 난 상태"라며 "제품가격인상이 불가피해 각 업체들 마다 크게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도시바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IT부품들의 재고품은 평균 1.5개월 이후면 모두 소진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대지진 복구에 최소 3~6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이미 부품난은 벌어진 것이나 다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부품이 부족하면 신제품 생산량도 연쇄적으로 줄게 돼 제품수요도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부품수급 지연이) 장기화가 되면 수요층에 맞게 제품가격이 올라가 소비자들의 비용부담이 늘지 않겠느냐"고 추측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도시바 외에 다른 부품 수급루트가 있을뿐더러 재고물량도 충분해 당장의 표면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제품가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많다.
대학생 이모씨는 "가전업체들이 제품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 아니냐"며 "자연재해에 따른 업체들의 금전적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전가되는 분위기 인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