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직장인 유모씨는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스팸팩스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바쁜 업무 시간 팩스 수신음을 들은 유씨는 업무에 관련된 문서가 도착한 것으로 판단, 팩스 기기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었다. '개인 신용대출'과 관계된 스팸팩스였다.
유씨의 사무실에는 하루 동안 적게는 4~5장, 많게는 10장 가까이 스팸팩스가 전송된다. 팩스를 보낸 업체에 직접 전화해 수신거부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헛수고였다.
유씨는 "스팸팩스로 인한 업무 방해도 문제지만 이 때문에 낭비되는 종이 양도 전국적으로 따져보면 엄청날 것"이라며 "스팸문자나 스팸메일을 차단해주는 서비스는 많은데 왜 스팸팩스를 거를 수 있는 장치는 없는지 모르겠다"고 얼굴을 찌푸렸다.
◆ 'OO캐피탈', '개인신용대출'…스팸팩스 노이로제
대출상담, 부동산, 성인물 등 각종 스팸팩스가 소비자들을 괴롭히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로 전송되는 '스팸'은 여러 차단 서비스나 장치를 통해 걸러지지만 팩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쉽게 업체들의 '먹잇감'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일반 팩스 기기는 수신자의 선택 여부와 무관하게 팩스가 수신되면 자동으로 출력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스팸팩스 차단을 위한 보다 강력한 규제와 함께 기술개발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화나 팩스 광고 발송 업자는 반드시 수신자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광고성 정보에는 수신거부에 대한 의사표시를 쉽게 할 수 있는 조치 및 방법에 관한 사항도 밝혀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업자는 과태료 처분 및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정부도 '불법스팸대응센터'를 개설해 각종 스팸 차단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특히 스팸팩스를 근절하기는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스팸대응팀 관계자는 "불법 스팸 신고 가운데 스팸팩스와 관련된 것은 10만건 중 5건 정도"라며 "하지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과 마찬가지로 불법 스팸신고가 접수되면 동일하게 제재조치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이메일이나 휴대전화와는 달리 공동으로 사용하는 업무용 팩스의 경우 스팸 수신 사례에 비해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어 그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통한 스팸은 그간 기술개발을 통해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많이 개발됐지만 팩스는 조금 다르다"며 "팩스 기기 제조와 관련된 부분도 있고 스팸 차단을 위한 기술이 더 개발 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스팸팩스 차단 기술은 더 개발 돼야…"
스팸팩스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한계는 있다는 얘기다.
현행 법률상 대리운전이나 성인물 등 수신자의 사전 동의 없이 스팸팩스를 보내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나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출, 도박, 의약품과 관련된 내용의 스팸팩스를 발송하는 것은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 벌금 이상의 처분이 내려진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팩스 이용자 스스로가 수신거부 의사를 밝히는 등 스팸 차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소비자는 "사전 동의 없는 불법 스팸팩스는 소비자가 나서 수신거부 표시를 하고 신고도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소비자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통한 스팸은 삭제하면 그만이지만 스팸팩스는 각종 자원낭비에 폐기비용까지 든다"며 "최첨단 컴퓨터, 휴대전화를 통한 스팸은 막을 수 있는데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팩스를 통한 스팸은 막기 어렵다고 하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