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러 왔지 광고 보러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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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러 왔지 광고 보러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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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전 '줄광고' 소비자 "왕짜증"…업계 "수익 올려야"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영화상영 전 광고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최장 20분 동안 20여편의 상업광고에 노출되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영화관 업계는 광고 수익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나 개별 소비자들의 시간적 손실이 워낙 커 개선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관람료 내고 '광고' 보는 꼴"

최근 가족들과 영화를 보기 위해 한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찾은 김씨. 그가 예매한 영화 시간은 오후 6 40분이었다. 그러나 식사와 이동 등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허비한 지라 영화 상영 시간에 맞게 도착하기 위해 온 가족이 모두 허겁지겁 달려와야 했다.

서두른 덕에 영화 시작 시간에 늦지 않고 입장했다고 안도 한 것도 잠시 영화는 도통 시작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의류, 신용카드, 휴대전화 등 얼핏 보기에도 10개가 넘는 광고가 쉴새 없이 쏟아 지고 난 후에야 영화는 시작했다.

40분에 상영 시작이라고 쓰여진 것이 무색하게 10분이 넘는 시간을 광고를 보는데 쓴 김씨는 영화가 시작 후에도 좀처럼 불쾌한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김씨는 "영화 상영시간이라는 '약속'에 늦지 않으려고 온 가족이 뛰어 왔는데 광고를 보려고 뛰어 온 꼴"이라며 "영화관 측의 강압에 의해 앉아 돈 내고 '광고'를 관람한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영화 상영 전 광고는 오래 전부터 불만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 2003년 대학생 양모씨가 영화 상영 전 광고를 영화관의 '부당이득'이라며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판부는 "광고가 싫으면 자리를 피하는 등 관람객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는 만큼 시청 강요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영화관들은 광고를 틀되 상영시간은 준수했으므로 지금과는 엄연히 상황이 다르다.

본보확인 결과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영화 상영 전 3~10분 가량의 광고를 틀고 있었다. 이는 영화상영 시간 후 광고로 영화 상영 시간 전 광고까지 합치면 20분이 훌쩍 넘는다. 영화 한 편을 보기 전 대략 상업광고 20개 이상을 봐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광고를 규제하는 법령은 전무한 상태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광고와 관련해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광고만 상영되도록 한 것이 전부다.

업계 "광고수익 포기 할 수 없는 상황"

박대해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009년 대표발의한 '영화 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있기는 하지만 국회에 계류 돼 있을 뿐 심사조차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박 의원은 "영화 상영 시간에 대한 법률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에 영화관들이 이러한 허점을 이용 해 점차 광고 횟수 및 광고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관람객들이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업광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영화 감상권을 보호 하고자 했지만 논의조차 안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멀티플렉스 업계는 하나같이 광고 수익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시간을 맞추려고 하지만 성수기인 경우나 특정 영화에 패키지 광고가 들어오는 경우는 조절을 해도 불가피하게 상영시간까지 광고가 침범하기도 한다""최소한 상영시간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불법 복제 및 불법 다운로드나 내수 부진, 무리한 할인 경쟁, 근접 지역내 극장 과다 등으로 광고 수익을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영화상영 전 광고로 관객들의 불만이 있는 것은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한 소비자는 "영화 시작한다고 한 시간에 영화 대신 광고를 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영화관 수익차원에서의 광고는 이해하지만 약속된 시간을 위반하면서 까지 광고를 트는 것은 돈을 지불하고 영화관에 간 고객들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소비자는 "요즘엔 인터넷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최신 영화들을 다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영화관들이 광고수익만 따라 갈수록 관객들은 비싼 돈 주고 영화관을 찾지 않을 것"이라며 "영화시간 엄수를 통해 관객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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