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3D(3차원)TV 기술력을 사이에 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거친 언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삼성전자는 3DTV에 액티브 셔터글래스(SG)방식을, LG전자는 필름패턴편광(FPR)방식을 각각 채용하고 있어 우월성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다.
발언 수위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멍청한 XX', '이성을 잃었다'는 등 상대진영을 겨냥한 공격성 발언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대로 돌출, 참석자들을 당황케 할 정도다.
김현석 삼성전자 전무(개발팀장)가 지난 8일 포문을 연데 이어,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10일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이들의 발언을 토론회 형식으로 재구성해 봤다.
◆ 김현식 "LG전자 3D 방식, 화질저하 심해"
컨슈머타임스(사회, 이하 컨) : 소비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 들어 3DTV로 대표되는 스마트TV시장이 불꽃을 튀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치열한 '용호상박' 경쟁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에 양사 대표 전문가들을 모시고 '3DTV 기술, 현 주소는'이라는 주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컨 : 먼저 삼성전자에서는 김현식 전무님이 나와 주셨습니다.
김현식 전무(이하 김) :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 개발팀장을 맡고 있는 김현식 입니다.
컨 : LG전자에서는 FPR방식 LCD 패널을 개발한 LG디스플레이의 권영수 사장께서 직접 나와 주셨습니다.
권영수 사장(이하 권) : 네, 반갑습니다. 권영수 입니다.
컨 : 본격적인 토론회 시작에 앞서 소비자 여러분 들의 이해를 돕고자 간략한 기술용어 설명을 해 드리겠습니다. 삼성전자의 액티브 셔터글라스(SG) 방식은 TV와 안경이 전자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왼쪽과 오른쪽 영상을 따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왼쪽 영상이 TV에서 나오면 오른쪽 안경을 순간적으로 차단하는 식으로 입체 영상을 구현하게 됩니다. 안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죠.
반면 LG전자 필름패턴편광(FPR)방식은 왼쪽 영상과 오른쪽 영상이 TV 패널에 부착된 편광판을 통과하면서 분리됩니다. 상하로 움직이는 파장은 왼쪽 눈에만, 좌우로 움직이는 파장은 오른쪽 눈에만 보이는 식으로 입체 영상이 생성됩니다. 안경의 중요성이 삼성전자에 비해 덜합니다.
김 전무님께서 먼저 시작하시겠습니까? 반론은 특정 제약 없이 자유롭게 하시면 됩니다.
김 : 길게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제가 오늘 들고 온 연구자료만 보더라도 LG전자의 3D 방식에는 한 눈에 알아볼 만큼의 화질저하가 생긴다 이겁니다. 심지어 동일문제를 지적한 LG쪽 연구원의 논문도 상당합니다. 자기들이 봐도 '이건 아니다' 이거죠.
권 : 화질 저하라니요.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FPR방식은 이미 인터텍, 중국 전자표준화연구소, 미국 소비자가전연합(CEA) 등 공인된 세계적인 외부기관에서 풀HD(초고화질) 해상도를 인정했습니다. 화질저하는 당치도 않은 얘깁니다. 김 전무님께서 그렇게 말씀 하시니 앞으로 공신력 있는 세계 모든 기관에서 풀HD 인증을 받아 내놔야겠습니다. 하하하.
◆ 권영수 "세계 모든 기관에서 풀HD 인증을 받겠다"
김 : 제가 LG전자 제품을 가지고 나왔는데요. 사회자 분도 직접 한번 보세요. 3D영상 속 물체의 테두리 부분이 거칠게 보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사람 얼굴색도 뭔가 푸르스름한 기운이 도는 것이 자연색을 구현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어요. 다들 아니라고 하는데 (LG전자만) 맞다고 하고 그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권 : 제가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것 같은데요. 왜 김 전무님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지 알 수가 없네요. 저도 삼성전자 제품을 하나 들고 왔습니다. 자연광 환경과 야간환경일 때 디스플레이 차이를 보세요. 우리 제품에 비해 삼성전자 제품은 플리커(화면 깜박임)현상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습니까? FPR의 경우 1초에 240개 화면(240Hz)을 보여주지만 SG는 1초에 60개 화면(60Hz) 밖에 못 보여주므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거죠.
김 : 그건 나중에 소비자들이 직접 판단할 문제고요. 아니, 자연색이 왜곡돼서 제공되는데 어떻게 FPR이 풀HD(초고화질)가 맞다고 주장하는 건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습니다. 편광방식으로는 풀HD 구현이 불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권 사장님은 존경하지만 LG디스플레이소속 엔지니어들은 멍청한 X들 밖에 없는 것 같네요.
컨 : 김 전무님. 약간 말씀이 거치신 것 같습니다. 원활한 토론회 진행을 위해 조금만 수위를 조절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김 : 네. 저처럼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가 봤을 때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얘기들을 권 사장님께서 하시니 잠시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 본론으로 돌아 오면 LG전자의 광고도 사실 말이 안 됩니다. 배우 원빈이 3D 안경을 쓰고 편안하게 누워있는 광고인데요. LG전자 제품은 시야각이 좁아 보이긴 보여도 3D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는 데다 어지러워서 볼 수 조차 없습니다. (LG가) 기술이 없으니 말로만 때우는 것 아니겠습니까?
권 : FPR방식이 머리를 90도로 돌리면 입체감이 약해진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SG방식으로는 아예 영상 자체를 볼 수 없지 않습니까? 못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죠. 이성을 찾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특히 3DTV 시청 시 어지러운 문제는 삼성전자 제품이 보다 더 심각하지 않습니까? 앞서 언급한 플리커 현상도 그렇고요, 3D 영상을 감상할 때 나타나는 크로스토크(화면겹침)도 SG방식에서 훨씬 많이 나타납니다. 공통적으로 두통이나 눈의 피로를 유발하는 요인들이죠. 삼성전자의 SG방식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단점이 있다고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 김 "멍청한 X들…", 권 "이성 찾아야"
컨 : 김 전무님과 권 사장님의 감정이 조금 격해진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마무리 하자면 김 전무님의 주장은 FPR방식이 화질에 문제가 있어 풀HD구현이 불가능한 데다 시야각이 좁아 LG전자의 광고처럼 누워서 볼 수 없다는 것, 즉 '과대광고' 의혹 정도로 압축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반면 권 사장님은 화면 깜박임 및 겹침현상이 삼성전자의 SG방식보다 FPR방식이 적어 눈의 피로감이 덜하고, 풀HD구현이 가능하다는 것 같습니다. 사회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소비자 다수가 참여한 공개적인 시연이 이번 논란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소비자들도 누구 말이 사실인지, 두 회사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인지 궁금하지 않겠습니까?
권 : 삼성과의 3DTV 기술우위 논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만 의혹 해소 차원에서 사회자의 의견에 적극 동감합니다. 전문가 집단이든 소비자 품평회 등 공개시연만큼 FPR 3DTV의 우수성을 알릴 마케팅 수단은 없는 것 같네요. 전문가 시연회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공개시연회를 삼성전자 측에 제안하는 바 입니다.
김 : 객관성있고 충분한 설득력을 갖춘 검증지표라면 얼마든지 공개시연에 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피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컨 : 오늘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자칫 기업의 과열경쟁이 국가적 손실을 낳지는 않을까 우려되기는 하지만 이미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 까지 두 회사의 감정이 악화된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이 어느 회사제품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스마트TV시장의 성패는 물론 두 회사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릴 것 같습니다. 오늘 토론회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