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유업이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을 유통기한, 단계에 상관 없이 자사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매일유업 고객을 자사로 유입, 분유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 매일유업 제품, '남양유업'이 교환해준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 지난달 6일 생산된 '앱솔루트 프리미엄 명작 플러스-2' 4만9774캔 가운데 6캔의 샘플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1개의 캔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고 4일 발표했다.
문제의 제품을 어린 자녀에게 먹이던 A씨는 최근 이 소식을 듣고 업체 측에 '교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문제의 제품과 유통기한이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속상해하던 A씨의 마음을 달래준 것은 엉뚱하게도 경쟁사인 남양유업. A씨는 남양유업으로부터 제품 교환과 관련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매일유업이 교환을 거절한 제품을 남양유업 제품으로 다 바꿔주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남양 제품을 계속 이용해달라"는 말도 뒤따랐다.
B씨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B씨는 "보관중인 앱솔루트 제품의 단계, 유통기한에 관계 없이 남양분유로 바꿔주겠다는 모 지점의 전화를 받았다"며 "당분간 남양제품을 먹일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 기자는 직접 남양유업 모 지점에 문제가 된 매일유업 제품을 교환 받을 수 있는 지 문의해봤다. '타사 제품을 우리제품으로 왜 교환해주냐'는 식의 답변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교환 받을 수 있는 가까운 지점을 안내해주겠다"는 지점 관계자의 응대가 이어졌다.
남양유업의 적극적인 교환 공세에 이 업체로 유입되는 기존 매일유업 고객 수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매일유업 측에서는 자사의 '악재'를 이용한 남양유업의 마케팅이 처음이 아니라는 식의 볼멘소리가 새나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남양은 우리 쪽에 이슈가 생기면 항상 그런 식으로 마케팅을 해왔다"며 "내부적으로 남양유업이 (매일유업 제품을 남양유업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등의) 마케팅을 펼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남양은 항상 그런 식으로 마케팅…"
남양유업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이다.
이 곳 관계자는 "매일유업 제품을 우리가 왜 바꿔주겠냐"며 "캔 제품이 한 두푼 하는 것도 아닌데 지점 차원에서도 타사 제품을 교환해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식적으로 타사 제품을 교환해 주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8일 현재 매일유업 제품을 교환 받을 수 있는 남양유업의 지점명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공식 루트'를 통한 남양유업의 공격적 마케팅은 진행중인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식중독균' 검출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매일유업이 '고객 유출'이라는 치명타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국내 분유업계 1위 자리를 두고 매일유업과 경쟁을 벌이던 남양유업은 이번 기회에 자사 고객을 추가로 확보해 선두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각종 매체를 통해 제품의 무결성을 피력하고 있는 매일유업이 남양유업의 '얄미운' 마케팅전략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지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매일유업은 자사 제품에 대한 수의과학검역원의 '황색포도상구균 검출' 발표 직후 "자체 조사 결과 황색포도상구균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보다 객관적인 신뢰를 소비자에게 주기 위해 외부 공인기관 10곳에 재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