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검색 포털사이트 구글의 검색엔진을 통한 개인정보 노출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올라 논란이 예상된다.
구글의 검색 서비스를 통해 국내 유명 호텔의 가입자 명단과 개인정보가 아무런 제재 없이 열람되는 사건이 최근 발생,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팽배하고 있다.
특히 구글의 검색엔진이 '개인신상털기'에 악용되는 사례까지 만연하게 퍼져있는 것으로 확인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구글 측은 각 웹사이트들이 검색을 차단하는 보안설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만을 강조할 뿐 이렇다 할 대비책을 내놓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 '구글링' 한번에 개인정보 '쫙'
#사례1= 4일 국내 유명 호텔 그룹인 앰배서더의 온라인 페이지 가입자 명단이 구글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구글 검색창에 앰배서더 호텔의 영문명인 'ambatel'과 함께 특정 이름을 검색하면 앰배서더 관리자 페이지가 검색됐다.
정상적이라면 관리자 페이지 자체가 아예 검색되지 않거나 검색되더라도 볼 수 없도록 돼야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클릭과 동시에 앰배서더 관리자 페이지로 연결돼 회원이름과 휴대전화, 이메일, 생년월일, 가입일 등 개인정보가 아무런 제재 없이 열람 가능했다.
앰배서더 측과 구글 측은 각각 "검색엔진의 과도한 정보수집 탓", "보안설정을 잘 못 해놓은 탓"이라며 '책임 떠넘기기' 행태를 보여 이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상당시간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례2= 최근 호감 가는 이성을 만난 정모씨. 결혼 적령기에 만난 인연인지라 모든 것이 조심스럽던 차 지인에게 '구글링(googling)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구글링'이란 구글을 통해 검색하는 행위를 말한다. 구글의 '뛰어난' 검색 능력을 이르는 말로 그만큼 구글을 통해 검색하면 '웬만한 것'은 다 나온다는 얘기다.
고민 끝에 구글링한 정씨는 미련 없이 그 남자에게 이별을 고했다. 법률 상담을 하는 한 게시판에서 그가 '술자리 폭행'에 연루 돼 상담 받은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사사로운 개인정보들이 구글을 통해 쉽게 검색된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뛰어난 검색력을 좋다고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내 개인정보도 이런 식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본보확인 결과, 구글을 통해 개인정보가 노출됐다는 내용의 피해사례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구글 개인정보 수집', '구글 개인정보 삭제하는 법', '구글링(구글로 검색하는 것) 신상털기' 등이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다.
실제 기자가 직접 본인의 아이디와 이름 등을 '구글링' 해본 결과, 다니던 학교와 개인 전화번호 등이 고스란히 떴다. 이외에도 과거 온라인에 게재한 게시판 글이나 쇼핑몰을 통한 구매내역 들까지 상세하게 노출돼 있었다.
구글코리아 측은 보안장치가 돼 있는 사이트는 검색되지 않도록 한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구글은 사용자가 검색어를 넣었을 때 최대한 원하는 결과물이 도출되도록 기계적 처리를 해 놓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검색이 되지 않도록 검색로봇을 차단하는 '로봇.txt'를 설정해 놓은 사이트들에 대해서는 크롤링(분산 저장돼 있는 문서를 수집해 검색 대상의 색인으로 포함시키는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의 검색로봇에 크롤링이 되지 않으면 구글링 결과물에도 검색되지 않기 때문에 각 웹사이트 들의 보안설정 미흡이 문제라는 얘기다.
◆ 구글 측 "검색 차단하는 보안 설정 미흡이 문제"
방송통신위원회도 각 웹사이트들의 보안설정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해 구글 쪽에 손을 들어줬다.
방통위 관계자는 "구글은 기본적으로 검색엔진이 접근할 수 있는 웹페이지는 모두 접근해 검색 키워드와 관련된 사항들을 도출해 주는 시스템"이라며 "기본적으론 관리자가 페이지 보안설정을 허술하게 한 것이 개인정보 유출로 까지 이어 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구글의 기계적 검색을 통한 접근은 개인정보를 유출한 '의도적인' 행위는 없다고 판단된다"며 "접근 제어 관리가 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안관리가 안돼 있다면 해당 웹사이트의 관리자가 관리체계 미흡으로 법적인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국내만 하더라도 웹사이트들이 100만개가 넘어 사실적으로 모두 모니터링을 하고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는지 관리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개인정보와 관련이 있거나 개인사생활과 관련이 있는 웹사이트 들의 경우 검색이 되지 않도록 제한을 둬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영역으로의 검색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개인이 소속된 집단 및 단체의 정보까지 노출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소비자는 "검색엔진의 접근이 제어가 돼 있는 사이트인지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을 사전에 방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소비자는 "구글링을 통해 상세한 개인정보가 검색되는 것을 확인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강력한 검색 결과가 개인정보 노출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만큼 각 웹사이트의 보안설정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강도 높은 보안체제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