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임이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시중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와 초저금리, 사모펀드 사태로 이자·비이자이익에서 오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로 신입 행원 채용 또한 줄일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시중은행들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이 사라지다 보니 임시방편으로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조달비용이 미미한 입출식 예금의 금리를 낮춘 것이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오는 9월부터 일부 입출식 예금 상품의 금리를 0.25%p에서 1%p 인하한다. 신한은행의 '신한 주거래 미래설계통장'은 연 최고 우대이율이 1%였지만 0.75%로 내렸다.
NH농협은행은 '매직트리 통장'은 우대금리가 최고 0.8%p에서 0.4%p로 인하한다. 또한 만 25세 미만, 만 55세 이상에게 0.1%p 우대금리를 줬던 부분도 삭제했다.
SC제일은행도 지난달부터 입출식예금인 '내지갑통장', '마이프리미엄통장' 등 입출금식 예금 7개 상품의 이율을 낮췄다.
SC제일은행의 내지갑통장의 경우 기존에는 일별잔액 중 50만원 초과 200만원 이하 금액에 대해 0.90%p의 우대금리를 제공했지만 지난달부터는 0.60%p를 주고 있다. 비즈니스플러스통장도 0.10~0.50%p까지 지급했던 우대금리를 0.10%p 낮췄다.
시중은행들 입장에선 대출 규모를 키워 수익을 내고 싶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코로나19 지원 대출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더해져 대출 자산이 급속히 늘어나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대출 증가세를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은 신입행원 채용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아직 하반기 공개 채용 일정과 규모, 방식 등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시중은행들은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 계획을 8월 말에 확정하고 9월쯤 서류를 접수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시중은행들 대부분이 신입행원 공채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NH농협은행이 상반기에 신입행원 280여명을 채용했을 뿐이다.
만약 코로나19가 확산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된다면 채용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10인 이상 집합·모임이 금지돼 응시자들이 모여 필기시험을 치루는 것도 어려워진다. 면접 등 대면접촉이 필요한 전형도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은 현재 하반기 채용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지켜보고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시중은행의 수익성과 맞물려 신입행원 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고, 펀드사태 이후 비아지이익 부문의 수익도 기대할 수 없다"며 "효율이 떨어지는 영업점의 통폐합이 가장 비용을 줄이기 쉬운 방법이지만 이마저도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에 조달비용이 낮은 입출식예금의 금리라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은 지금 당장 규모나 일정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수익이 줄어들고 있으니 채용 인원도 줄이는 게 맞다"며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도 은행 입장에서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수익 때문에 은행이 신입 행원 채용을 줄인다면 사회적으로도 지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