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물가는 '안정'… 서민물가는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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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물가는 '안정'… 서민물가는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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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6월 04일 0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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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시장 갈때 5만원을 들고 갔는데 요즘은 10만원은 있어야 겨우 장을 볼 수 있어요. 값이 너무 올라 식재료 사는 대신 차라리 간편하게 외식 한번 하는게 나아요. 아예 씀씀이 자체를 줄이려고요".

종로 광장시장에서 만난 주부 김성희(51)씨의 푸념이다.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고(高)물가 고통이 겹치고 있다. 월급은 줄고 실직자는 늘면서 지갑은 가벼워졌는데 물가는 잡힐 줄 모른다고 다들 아우성이다.

신도림 이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모(36)씨는 "아이들이 과일을 워낙 좋아해 자주 사는 편인데 올해 터무니없이 과일 값이 뛰었다"며 "과일 사기가 겁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입 과일이 가장 많이 올랐어요. 작년에는 5천원으로 바나나 한다발이나 골드키위 한팩은 살 수 있었는데 이젠 아니예요"

통계청 발표로는 올들어 물가는 안정 추세라고 한다. 5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7% 올랐다. 지난해 7월(5.9%)에 비해 상승률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서민들은 온통 물가가 올랐다고 난리다. 통계상의 물가와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가 다른 이유가 뭘까?

"생필품 가격이 너무 올랐어요. 계란이나 라면 같은 생필품은 워낙 자주 사는 물건이라 값이 많이 오르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죠"(김수자.여.67)
답은 `장바구니 물가'에 있었다. 주부들이 장을 볼 때 많이 사는 야채, 과일, 생선 등이 무지막지하게 뛰어오른 것이다.

이는 통계청 자료에도 나와있다. 배추는 1년 전에 비해 107% 올랐다. 일년 새 배로 뛴 것이다. 고등어는 43%, 닭고기는 41%, 우유는 35%, 양파는 34% 올랐다. 모두 주부들이 평소 많이 사는 것들이다.

정부 대책도 현장에서는 잘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출산장려를 위해 올해부터 3년간 분유와 기저귀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주부들 생각은 다르다.

 "부가세가 면제된다더니 분유랑 기저귀 가격은 별로 내린 것 같지 않아요. 가격은 그대로고 사은품만 하나씩 붙는 식이죠". 서울역 앞 롯데마트에서 만난 주부 이희경(41)씨의 말이다.

택시요금, 전기료, 가스료 등 공공요금도 줄줄이 오르거나 오를 태세다. 주부들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아침이면 출근하기 바빠 지하철역까지 택시 타는 일이 잦았는데 이젠 아니예요. 며칠 전 택시 탔다가 깜짝 놀랐어요. 기본요금이 2천400원이니 탈 수가 있어야죠". 시청 근처에 직장이 있다는 회사원 정모(38)씨는 고개를 내젓는다.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종로 광장시장의 정육점 주인인 김영성(42)씨는 "삼겹살 한근에 만원 정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손님들이 두근 사려다가도 한근 반만 달라고 말하곤 한다"고 전했다.

2호선 신도림역 앞에서 만난 50대 택시기사는 "기본요금이 오르니 손님들이 확 줄었어요. 차라리 기본요금을 놔두고 거리요금(주행거리당 요금)을 올리던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래저래 고물가의 여파가 여러 사람의 시름을 깊게 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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