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민족 대명절인 설을 20여일 앞두고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이상한파가 전국을 덮쳐 가계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설 시즌에 맞춰 고기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나 지난해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돼 가격상승이 우려된다. 가계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될 우려가 높다.
여기에 한파에 따른 작황부진, 어획량 급감으로 인해 농수산물 값도 거침없는 폭등세를 내달리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공산품 가격 역시 들썩이고 있다.
본보는 설을 앞두고 차갑게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물가민심'
◆ 구제역-AI 기승...경보 최상위 단계 '심각'
지난해 11월 안동에서 최초 의심신고 이후 40일이 지났지만 구제역 바이러스는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경북에서 시작해 경기도, 인천, 강원도 충청남북도 등 호남과 경남, 제주도를 제외한 전역을 무서운 속도로 훑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살처분-매몰대상 가축은 지난 6일 127만마리를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1일 기준 소∙돼지 사육 규모가 1323만3000마리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100마리에 9마리 꼴로 땅에 묻힌 것이다.
아울러 호남권에서 조짐을 보이던 조류독감(AI)도 점점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충남 천안시 동남구와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이어 지난 7일에는 전남 영암의 오리농장에서 AI가 확인됐다.
AI는 지금까지 모두 20건의 의심신고가 접수돼 이중 8곳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예방적 차원의 오리 살처분 규모가 81만 마리를 넘어서고 있다. 현재까지도 의심신고는 계속해서 잇따르고 있다.
구제역과 AI의 심각성은 정부가 가축질병 위기 경보단계를 최상위 단계인 '심각'단계로 올린 것만 봐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구제역에 대한 총력전을 선포한 바 있다.
◆ 축산물 가격 '급등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구제역 발생에 따른 2011년 상반기 소∙돼지 가격전망'을 내놨다. 이 보고서는 1월 한우와 돼지 가격을 기존 추정치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우의 경우 기존추정치 보다 구제역 이후 2~2.1% 상승하고, 돼지는 2.3~2.4%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축산물의 가격은 추정치를 뛰어 넘어 널뛰듯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9일 도매시장의 평균 경락가격은 돼지고기의 경우 지난달 평균 3872원(kg당)에서 지난 7일 4972원으로 28.4% 크게 올랐다.
육우는 지난달 평균 8414원에서 1만237원으로 21.7% 상승했고 젖소도 5806원에서 6908원으로 19% 뛰었다. 한우는 1만4900원에서 1만6296원으로 9.4% 상승했다.
AI의 여파도 상당하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큰 닭 한 마리의 경우 서울 시세가 지난달 평균 1577원에서 2000원(26.8%)으로 올랐다.
◆ 정부, 설 대비 물가 안정 '점검'
정부는 설을 맞아 물가 안정에 온 힘을 쏟는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구제역과 AI로 인해 공급이 줄기는 했지만 구제역에 대한 걱정으로 수요도 같이 줄어 물가변동은 크게 없는 상태"라면서도 "설 맞이 수요가 늘면 가격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책은 설 종합 민생안정대책에 담겨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쇠고기는 설 성수기까지는 가격 상승세 보이다가 설 이후 비수기 도래와 이동제한조치 해체 등으로 공급량 증가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구제역으로 인한 쇠고기 가격은 냉동육의 경우 수급 준비가 끝나 설 성수기로 인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신선육은 이동 제한 등으로 설 전후로 가격이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며 "돼지고기의 경우도 도매시장 가격은 상승했으나 소비자 가격은 소비 위축으로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설 맞이 축산물 물가 안정 위해 이동제한 조치로 폐쇄된 도축장 중 경계지역(3~10km)에 위치한 도축장은 지난 4일부터 세척, 소독 후 도축을 허용했다. 또 살처분 완료 후 2주 후부터 이동제한조치지역의 가축 수매를 추진해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