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세계적인 여행가방 브랜드 쌤소나이트의 '부실' A/S 행태가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제품 보증기간이 남았음에도 부품 단종을 이유로 A/S 불가 방침을 내세우다 소비자의 강한 불만 제기에 꼬리를 내린 정황이 포착됐다. 수리가 완료되지 않은 제품을 말끔히 포장해 소비자에게 배송한 뒤 '실수'라고 해명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업체 측은 해외에서 구입한 제품의 경우 부품 수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현실적 고충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과장광고 가능성에 무게를 둔 의혹이 일고 있다.
◆ "10년 보증 제품 이라더니…"
마산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쌤소나이트의 A/S를 경험하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A씨는 이 업체 여행가방을 지난 2002년 2월경 미국 맨하튼 쌤소나이트 매장에서 200여 달러에 구입했다. 제품 보증기간은 10년이었다.
그런데 지난 8월, 제품 사용 중 가방 상단 손잡이와 하단부 대형 바퀴 두 개가 파손됐다.
A씨는 주거지 인근의 쌤소나이트 매장을 찾아 A/S를 의뢰했다. 며칠 후 A씨는 쌤소나이트 A/S 센터 관계자 B씨로부터 "상단 손잡이는 교체가 가능하나 바퀴는 부품이 단종돼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자신이 구입한 가방의 보증기간이 10년이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며 불만을 제기했다. 그제서야 B씨는 "미국 본사에 연락을 취해 부품이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부품 수급에 상당기간이 소요된다던 B씨의 설명과 달리 얼마 지나지 않아 A씨의 집에는 말끔히 포장된 가방이 배송됐다.
수리 완료된 제품이 배송됐을 것이라는 A씨의 기대는 곧 무너졌다. 제품은 A씨가 수리를 의뢰할 당시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쌤소나이트가 10년 보증은 무시한 채 부품이 없다는 이유로 A/S를 거절하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에게 막대한 불이익을 줄 뿐 아니라 우롱하는 처사"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 "수리 안된 가방 A씨에게 실수로 배송"
쌤소나이트 코리아 측은 해외에서 구입한 제품은 국내에서 A/S가 불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이 때는 다른 조치를 취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 쌤소나이트의 전 모델이 수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외에서 구입한 제품의 경우 국내서는 부품을 구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부품이 없을 경우 미국 본사에 연락해 해당 부품이 있는 지 확인한 뒤 부품을 받아 A/S처리 한다는 부연이다.
이어 그는 "다만 A씨의 경우 부품 수급 가능 여부를 확인하던 중 수리되지 않은 가방이 잘못 배송된 것"이라며 "A씨에게 직접 전화해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A/S센터에서 서울 본사로 보내야 할 제품을 실수로 A씨에게 보냈다는 얘기다.
아울러 그는 "제품 보증기간 중 본사를 통해서도 부품을 구하기 힘든 경우 다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며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교환, 그 밖에는 제품 재 구매 시 할인가를 제공한다"고 역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쌤소나이트 가방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업체 측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새 나왔다.
한 소비자는 "소비자들이 글로벌 브랜드 쌤소나이트 가방을 구매하는 이유는 전세계 어디서나 어려움 없이 A/S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며 "여행가방을 만드는 업체에서 '가방 바퀴'가 없다는 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수리도 안된 가방이 고객에게 배송된 사실은 업체 측의 수선 제품 관리 실태가 어떤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쌤소나이트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서비스 수준"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