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오비맥주의 '카스 병맥주' 폭발사고(본보 9월 8일자 기사 참조)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자연폭발'이 아닌 소비자 부주의로 병이 파손됐다는 업체 측의 주장이 뒤늦게 나왔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객관성 있는 증거자료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허위제보 개연성에 대해서도 오비맥주 측은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그런 가운데 피해자 정씨는 업체 측이 수거한 문제의 맥주병을 돌려받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오비맥주 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드러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연폭발'과 '외부충격'이라는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지만 병맥주 폭발사고가 지난 2007년 이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바 있어 오비맥주 측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모양새다.
◆ "자연폭발 아닌 외부 충격에 의한 파손"
오비맥주 측은 갑작스런 맥주병 폭발로 주위에 있던 7개월 된 어린 손녀가 크게 다쳤다는 정모씨의 피해 주장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문제가 된 병을 수거해 자체조사를 실시, 자연폭발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린 상태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어렵게 증거물을 넘겨 받아 자체조사를 진행 했다"며 "자연폭발이 아닌 외부충격에 의한 파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병이 옆으로 넘어지면서 발생한 충격으로 병의 목 부위가 파손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비맥주 측은 사고의 원인이 됐던 문제의 맥주병 사진을 본보에 보내왔다. 하지만 사진상으로는 이렇다 할 사고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이 아닌 자체 조사결과라는 점은 신뢰성을 담보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의견과 맞닥뜨린다.
그는 본보의 조사결과를 담은 문건요청에 "보고서는 따로 작성한 것이 없다. 볼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어 그는 "맥주병 자연폭발 사고는 유래가 없을뿐더러 지금껏 단 한차례도 접해본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사실과 달랐다. 취재 중 맥주병이 폭발한 복수의 과거 사례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던 것.
◆ "폭발 유래가 없다"(?) 2007년 2월 MBC는…
우선 지난해 7월경 같은 회사의 맥주병 폭발사고가 발생, 끔찍한 인사사고를 일으켰던 것으로 한 국내 대형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드러났다.
이보다 앞선 2007년 2월 MBC TV '불만제로'는 맥주병 폭발 피해와 관련된 내용을 방송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유사사고 피해자가 다수 노출됐으며 특별한 외부 충격 없이 내압을 견디지 못해 깨진 맥주병의 모습도 전파를 탔다.
특히 재사용된 맥주병의 경우 적은 내압과 수압에서 새로 만든 맥주병에 비해 파손이 쉽게 되는 것으로 실험을 통해 증명되기도 했다. 정씨의 손녀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제품도 '재사용병'이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맥주업계 전체를 두고 볼 때 판매되는 병맥주의 80%가 재사용병"이라며 "재사용병이 폭발한 사례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활용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취재를 했지만 기사를 쓰지는 않았다"며 앞서 보도된 본보의 9월 8일자 기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씨의 제보내용이 모두 허위사실이라는 의미냐"는 기자의 질문에 "허위사실이라고 어떻게 말하냐"고 한발 물러섰다.
정씨는 문제의 맥주병을 오비맥주 측에 건네 줄 당시 '조사 후 맥주병 파편을 돌려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각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 측이 조사 과정 중 맥주병 파편 분실, 임의 처분 등으로 증거물이 사라질까 정씨 가족이 우려한 것으로, 사고정황을 간접적으로 나마 뒷받침한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제3의 기관을 통해 이번 사고의 원인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는 이상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