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에서 보관 중이던 제품이 외부 충격 없이 스스로 폭발했다는 내용이 골자나 지난해 중순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취재 중 확인 돼 제품안전을 둘러싼 진위공방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 측은 피해 소비자가 접촉을 꺼려 문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이번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어린 손녀딸 20바늘 꿰매…가슴 아파"
정모씨는 최근 불의의 사고로 크게 다친 손녀딸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지난 달 24일, 부엌 한 켠에 세워져 있던 카스 병맥주가 돌연 폭발하는 사고를 일으켰던 것.
이 사고로 맥주병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던 정씨의 7개월 된 손녀딸은 유리 파편에 큰 상처를 입었다. 피투성이가 된 아이는 119 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정씨의 손녀딸은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20여 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정씨는 맥주병이 돌연 폭발한 사실을 납득하기 힘들었다. 개봉하지 않은 상태임은 물론, 직사광선과 외부충격을 피해 실내 보관 중이던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상처 부위를 소독할 때 마다 자지러지게 우는 손녀딸과 아이의 엄마인 자신의 딸이 겪는 고통을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정씨는 "오비맥주 책임자의 아이와 가족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할 지 업체 측에 묻고 싶다"며 "어느 가정에서나 보관할 수 있는 맥주병이 이렇게 쉽게 터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격분했다.
이 같은 사실을 접한 오비맥주 측은 곤란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 곳 관계자는 "정씨의 주장이 모두 사실인지 현장조사, 면담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며 "하지만 정씨를 비롯한 피해 가족이 우리와의 접촉을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구체적으로 부각될 경우 사건 조사 과정에서 발생할 가족들의 정신적 충격 등 추가 피해를 정씨가 우려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 오비맥주 "정씨 주장 상식 벗어난다"
그는 "이번 사고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며 "문제 원인을 조사하다 보면 피해자의 최초 주장과 사실이 다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시 정황과 피해 사실에 대한 정씨의 주장이 상식에 벗어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맥주병의 폭발위력이 아이에게 20바늘이나 꿰매야 하는 상처를 줄 정도로 강한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취재과정 중 유사 폭발사고가 지난해 7월경에도 발생, 끔찍한 인사사고를 일으켰던 것으로 한 국내 대형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확인돼 보다 면밀한 원인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맥주병 폭발사고의 원인 파악은 단기간 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추측되는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제품 안전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새 나왔다.
한 소비자는 "냉장고에 보관 중인 맥주병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다"며 "카스 병맥주를 구입한 소비자 모두가 잠재적 피해군이 된 이상 업체 측은 서둘러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이번 사고로 아이가 육체적 상처뿐만 아니라 정신적 충격을 입지는 않았을까 걱정스럽다"며 "병맥주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같아 두렵게 느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오비맥주 측 고위관계자는 8일 "병이 넘어지면서 발생한 충격으로 깨졌다는 것이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