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 벤츠 S500을 지난 3년간 몰아왔던 이모씨는 최근 차량에서 발생된 결함증상으로 인해 속이 크게 상했다. 업체 측의 제안대로 그간 정기적인 수리 및 A/S를 꾸준히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변속기가 심각한 수준의 하자를 일으킨 탓이다.
주행 중 변속이 되지 않거나 신호대기상태에서 출발 시 차량이 멈춘 채 움직이지 않는 황당한 일을 겪기도 했다.
◆ 판매가 2억6900만원… A/S 수준은 '글쎄'
이씨는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식 A/S센터를 찾았다. 미션을 통째로 갈아야 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비용은 이씨가 전부 부담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벤츠가 내세우고 있는 무상수리기간(3년)에서 1개월 정도 '살짝' 넘겼다는 이유를 달았다.
이씨가 해당 차량 구입시 지불한 비용은 2억6900만원. 각종 세금까지 합하면 3억원에 육박한다. 수리비용은 차 값에 일정수준 비례한다. 이를 감안하면 이씨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어림잡아도 수백만원은 가볍게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씨가 터뜨린 불만의 핵심은 단순한 비용적 부담만은 아니었다. 앞서 언급했듯 이씨는 차량을 운행하면서 차량점검을 게을리 한 적이 없다. 그 과정에서 업체 측이 변속기를 포함한 차량 전체에 이상징후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씨는 납득할 수 없었다.
어제까지 멀쩡했던 변속기가 갑자기 차량 운행에 지장을 줄 정도로 하루아침에 고장을 일으켰다는 것은 부품자체에 중대결함이 있었다는 의심을 품기에 충분했다.
구체적인 하자원인에 대한 이씨의 물음에 업체 측은 "우리도 잘 모르겠다"며 부품교체만을 강조할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이씨는 차량을 수입∙판매한 한성자동차 측과 담당 영업사원에게 불만을 토로했으나 이렇다 할 소득을 거두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한성자동차 관계자는 "부품을 교체하는 경우 독일현지에서 직접 공수해 오고, 그것을 (한성자동차가) 대행하면서 20% 정도의 마진을 남긴다"며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우리가 마진을 남기지 않고 부품을 교환해 주겠다"는 '선심성' 발언을 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는 변속기에 결함이 있다는 내용을 서류상에 표기하지도 않고 판정도 안하고 있다"며 "무엇이 결함의 원인인지 아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군가 이 차를 구매한다고 하면 뜯어 말릴 것"이라며 "벤츠 본사 앞에 가서 일인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다른 외제차들에 비해 벤츠는 명성으로 인해 (중고차로 팔 때) 시장에서 잔존가치를 더 인정 받는다"며 "그에 비해 A/S 수준은 엉망인데다 잦은 고장으로 수리도 여러 번 받았다. 고급외제차에 대한 환상을 국내 소비자들이 깨야 한다"고 일갈했다.
벤츠코리아 측은 변속기 결함의혹을 일축하면서도 내부 정책에 따른 적절한 사후조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곳 관계자는 "통상 차량 점검은 전문가가 육안으로 하기도 하지만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 불량여부를 체크하는 기기를 사용한다"며 "때문에 이씨의 차량은 결함과 무관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그는 "변속기는 운전자의 주행습관이나 주행 구간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이상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씨 차량에 대한 진단서를 확인하기 이전이라 정확히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이 관계자는 "이씨 차량 관련 서류를 검토해 본 뒤 서면을 통해 답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연락을 끊었다.
본보 확인 결과 고급 승용차들의 변속기를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복수의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씨와 유사한 피해사례는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벤츠 S500에 장착된 변속기는 변속성, 연비저감력, 승차감, 출력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근래 들어 내구성에 취약한 부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변속기 내부 각 장치들의 마찰로 인해 발생된 쇳가루가 변속기 각 부위에 퍼져 마모와 소착(타서 눌러붙음)을 일으켜 고장이 발생될 수 있다"며 "이 경우 미션을 탈거해 분해수리를 하던지 (부품전체를) 교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속기 자체 결함 개연성이 상당부분 묻어나는 대목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소비자는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대규모 렉서스 리콜사건은 소비자들의 평소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값비싼 대가였다"며 "벤츠가 도요타 자동차가 걸었던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 자동차 애호가로써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