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 정수기 '누수' 피해에 대한 보상 문제를 두고 본사와 일선 실무진 간의 입장 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웅진 측은 자사 제품으로 인한 피해 발생 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때문에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제품결함 의혹과 함께 웅진의 내부 의사소통 시스템에도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 "엄청난 피해보상 해 달라는 것도 아닌데…"
A씨는 최근 부엌이 온통 물바다가 된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급해진 A씨는 걸레는 물론 사용하던 수건까지 모두 동원해 물기를 닦아냈다. 약 10분간 정신 없이 물을 닦던 A씨는 싱크대 아래 바닥을 확인한 후 벽에서 물이 흘러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문제의 원인은 A씨가 사용하던 웅진 정수기였다. 정수기에서 대량으로 새 나온 물이 벽을 타고 흘러내린 것이다. 이로 인해 부엌에 설치된 싱크대는 물론 가스오븐레인지에까지 물이 침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A씨의 집을 방문한 웅진 측 직원은 "피해 사실이 없는데 어떻게 보상 해주겠냐"고 응대했다. 마루, 벽지손상 등 구체적인 피해사실이 확인돼야 보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웅진 측의 이러한 주장에 A씨는 할 말을 잃었다.
A씨는 "엄청난 피해보상을 해 달라는 것도 아닌데 웅진 측에서는 '대체 무슨 피해를 봤냐'는 식으로만 접근해 속이 터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웅진 정수기 사용자인 B씨도 같은 사고를 겪었다.
부엌에 설치돼 있던 정수기에서 물이 쏟아져 나와 부엌은 물론 거실바닥 전체가 물에 흥건히 젖은 것이다. 정수기 제품 자체의 결함이 원인이었다. 5년간 사용하던 웅진 정수기를 새 정수기로 교체한지 불과 2주 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였다.
현장을 방문한 웅진 측 직원은 "거실 마루바닥은 회사측에서 보상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B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며칠 후 B씨의 집을 재 방문한 이 직원은 "거실바닥은 손상이 심하지 않아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부엌 바닥 교체와 6개월 분 렌탈료를 면제해 주겠다"고 말을 바꿨다.
최대 피해견적의 50%까지만 보상해 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 100% 피해보상, 누구를 위한 것?
앞서 언급한 사례와 유사한 피해를 당했다는 소비자들의 글은 소비자단체 홈페이지를 비롯해 포털싸이트 게시판 등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잠재적 피해 소비자군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웅진 측은 자사 제품 및 제품관리자의 실수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100% 보상처리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곳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된) 해당 지국 관계자가 현장을 실사한 후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보상처리 해 주고 있다"며 "아직 해결이 안된 문제가 감지되면 바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앞서 언급된 사례를 비쳐 볼 때 본사 차원의 규정이 실제 현장에서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웅진의 소비자 보상규정이 '허울뿐인 규정'으로 전락한 셈이다.
웅진 정수기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잇따라 발생된 누수사고로 인한 '제품 결함' 의혹과 웅진 내부 시스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새 나왔다.
한 소비자는 "정수기 누수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을 보니 제품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피해보상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얼굴을 찌푸렸다.
또 다른 소비자는 "회사가 정해놓은 100% 피해보상 규정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실무진들이 이를 알고도 보상처리를 기피하는 것인지 웅진 내부 의사소통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이러한 사실을 전달받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