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의 계정으로 몰래 접속, 음란물이나 악성댓글을 남기는 수법으로 인해 실사용자가 피해를 입는 사건이 최근 증가추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K컴즈는 지난 5월 싸이월드에 악성댓글 및 음란물게재 등에 대해 10년간 접근을 차단하는 '극약'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실효성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SK컴즈 측은 이렇다 할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지 못해 빈축을 사고 있다.
◆ "앞뒤상황도 알아보지 않고 연락도 없이……"
싸이월드를 수년째 '정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싸이월드 측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고 망연자실해 있는 상태다.
싸이월드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 '클럽'에 자신이 음란물을 배포했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A씨는 클럽 가입은 물론 단 한번도 음란물을 직접 게재한 적이 없었다. 전산상 오류쯤으로 여긴 A씨는 평소처럼 싸이월드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A씨의 예상은 빗나갔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로그인을 하는 순간 2020년 8월까지 사용이 제한된다는 안내글이 화면에 나타났다. '블랙리스트 10년'이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A씨는 "내 아이디가 도용(해킹)된 것 같아 너무 어이없고 황당하다"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싸이월드 측은 앞뒤상황도 알아보지 않고 연락도 없이 어떻게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분개했다.
특히 그는 "주변 지인들이 내 홈피를 방문하면 싸이월드 측의 안내 글이 노출되는 것 아니냐"며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피해자일뿐더러 싸이월드 측으로부터 피해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본보 확인 결과 A씨와 유사한 상황에 놓인 싸이월드 이용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고충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 시기를 비롯 성별, 나이 등도 다양했다.
문제는 싸이월드가 단순한 개인 홈페이지를 넘어 개인단위, 또는 가족단위의 '기록보관실' 의미로 사실상 격상 됐다는 데 있다.
각종 여행기록과 사진, 자녀들의 출생과정, 친구들과의 추억 등 소중한 개인자료를 대규모로 고스란히 저장할 수 있는 '싸이'만의 특징이 한 몫 했다.
여기에 A씨의 경우를 대입하면 전체적인 피해 윤곽은 구체화 된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해킹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자신의 정보 접근이 차단되는 억울한 피해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는 얘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0년 8월 현재 싸이월드 실 사용자 수는 2000만명 안팎. 그 어느 누구도 해킹의 사정거리 밖에 놓였다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SK컴즈 측은 사용자들의 각별한 주의만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는데 힘을 실었다.
◆ 소명절차 방식-유사사건 재발방지 대책 '침묵'
이 회사 관계자는 "싸이월드 뿐만 아니라 포털을 포함한 각종 싸이트 들은 해킹에 노출돼 있다"며 "사용자가 로그인시 이용하는 비밀번호를 자주 바꿔줘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싸이월드 사용 제한은 악성댓글이나 음란물 등 부적절한 게시물에 따라 1개월, 3개월, 6개월 등으로 세분화돼 있고 그 때 마다 경고장을 발송한다"며 "근래 들어 '10년 사용제한'이라는 조치는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A씨의 사례에 대해 그는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그는 "해킹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사용자는 (SK컴즈에) 소명하면 정상적으로 다시 홈페이지 이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소명절차나 방식을 비롯 유사사건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보다 치밀한 회원관리 필요성이 제기됐다.
직장인 최모씨는 "싸이월드 가입절차를 보다 까다롭게 만든다면 최소한 타인의 명의가 도용되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해킹으로 인한 사용자들의 피해를 막는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대학생 이모씨는 "SK컴즈는 회원 수 유지나 확보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사용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나 투자에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SK컴즈는 악성 댓글이나 스토킹으로 인한 피해를 줄인다는 취지로 '싸이월드 고객 보호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규정 위반 시 이용정지 제재는 최대 10년으로 설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