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이정은 정혜진 기자] 남양유업이 생산하는 일부 분유제품에서 잇따라 이물질이 발견돼 영유아의 건강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체 측은 제품성분 조사결과 이상이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 논란확대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유사사건 재발방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품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 '날파리 분유', 안심하고 먹으라고?
#사례1 = A씨는 최근 아이에게 먹일 남양유업의 '아이엠마더' 분유를 타던 중 까만색 벌레를 발견하고 경악했다.
A씨는 당시 구입처를 찾아가 항의했고 이곳 관계자는 조사를 이유로 문제의 분유를 수거했다.
2주 후 남양유업 측으로부터 의뢰결과를 통보 받은 A씨는 황당했다. 이물질은'날파리'로 결론이 났으나 공정과정에는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먹으라는 설명이었다.
이후 남양유업 측 관계자는 A씨에게 접근해 "이번 사건을 인터넷에는 올리지 말아달라"는 말과 함께 '입막음' 용으로 분유 3통을 건넸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매일 아이에게 분유를 먹일 때마다 숟가락으로 분유통을 뒤적거린다"며 "분유 3통 먹고 떨어지라는 식의 처리방법에 어이가 없다"고 분개했다.
#사례2 = B씨는 이달 초 아이에게 먹일 남양유업의 '임페리얼XO' 분유를 타다 기겁했다. 분유를 넣고 물을 붓는 순간 '말라 비틀어진 벌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B씨는 즉시 남양유업 고객 상담실에 전화를 걸어 따져 물었다.
몇 시간 후 남양유업 관계자는 B씨의 집을 방문해 "우리의 공정 상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다만 그는 "법적으로 식품에서 이물질이 나오면 동일 제품 새 것으로 교환해줄 수 밖에 없다"고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B씨는 찝찝해서 먹을 수 없다며 미리 사둔 동종분유 9개를 바로 환불했다.
B씨는 "면역력 약한 아기들이 먹는 것인데 남양유업이 너무 태연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며 "다시는 남양유업 제품을 먹지 않겠다"고 실망감을 비췄다.
이 같은 소비자 피해사례들은 본보를 비롯 온라인상에 개설된 대한주부클럽연합회 등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분유 속 이물질로 인한 피해 소비자군이 광범위하다는 얘기다.
이를 방증하듯 남양유업 관계자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분유 속) 이물질 문제로 항의하는 소비자가 한 달에 2~3명 꼴로 발생된다"고 실토했다.
다만 그는 "신고된 이물질은 최초 개봉 시 발견된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이용하는 도중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분유와 함께 질소로만 포장된 분유통에서는 벌레가 형태를 유지할 수 없어 미라나 가루 형태로 변해 식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관리부실에 무게를 실은 발언으로,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조사 결과는 이상이 없지만 제품 교환과 환불은 물론 실질적 보상을 하고 있다"며 적절한 사후대응이 이뤄지고 있는 측면을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사후대응 서비스(A/S)가 아닌 사전대응 서비스(B/S)를 실시해 이물질 파열음의 '싹'을 잘라내야 한다는 주문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스틱 분유를 활성화하거나 분유통의 입구를 좁히는 등 소비자들이 보관 중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관련 업체들은 좀 더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과를 덮기 위한 수습보다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신경 쓰는 것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남양유업은 물론 타 분유 제조업체들의 추가적 대응 방안 마련에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