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현대∙기아자동차의 일부 차종에서 심각한 수준의 표면 부식현상이 발생돼 운전자들의 큰 불만을 사고 있다.
현대기아차 측은 사용자 과실 개연성을 언급하면서도 미성숙된 자사 도장기술을 일정부분 인정하는 반응을 보여 진위여부 파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과 업계 일각에서는 차량부식에 따른 안전성 우려 등이 새나왔다.
◆ "부식이 점점 진행…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탄생"
현대차 '싼타페'(2003년 5월식)를 몰고 있는 A씨는 최근 차량 바퀴 위쪽 '휀더' 부위에 부식이 진행되는 것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현대차 측에 A/S를 의뢰했지만 "도장을 다시 하면 된다"는 성의 없는 답변과 함께 '유상수리' 권유가 뒤따랐다.
A씨는 "주변 지인들을 통해 알아보니 다른 싼타페 차량도 (표면) 부식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다"며 "이를 널리 알려 선량한 소비자의 재산적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분노했다.
기아차 '그랜드 카니발' 오너인 B씨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B씨의 경우 차체가 부식되기 시작한 것은 차량 구입 후 2년의 무상수리기간이 끝난 직후다. 도어 하단부에서 시작된 녹은 점차 그 면적을 확대해 나갔다.
기아차 측은 B씨의 무상수리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대신 '도어전체교체'라는 황당한 제안을 해왔을 뿐이다.
B씨는 "부식이 점점 진행돼 저렇게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탄생했다"고 비꼰 뒤 "알고 보니 피해자는 나 외에도 많았다. 다음에 차를 살 때는 심사숙고 해야겠다"고 말했다.
2006년 5월식 기아차 '뉴카렌스'를 소유하고 있는 C씨 또한 차량 부식으로 인해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A씨, B씨와 마찬가지로 업체 측으로부터 이렇다 할 해결책은 들을 수 없었다. 다만 현대차 트라제-싼타페, 기아차 쏘렌토-스포티지 등의 차량이 부식현상을 자주 일으킨다는 정보를 서비스센터 측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A씨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싸이트에서 '뉴카렌스 부식'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니 부식된 차량이 한 두 대가 아니었다"며 "이 정도면 리콜사유에 해당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현대기아차 측은 부식원인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면서도 자사 도장기술의 무결성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했다.
◆ "10년전 기술과 현재 기술은 차이가 있지 않겠느냐"
한 관계자는 "차량이 운행하는 환경에 따라 부식이 진행될 수 있다"며 "피해자들은 현대기아차 직영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원인에 대한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운전자의 부주의가 부식을 일으킨 시초가 될 수 있어,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유∙무상수리 범위를 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그는 "현대기아차의 도장기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10년전 (현대기아차의) 도장기술과 현재 도장기술은 아무래도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최근 출시된 차량의 경우 개선된 도장기술이 적용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불특정 과거시점에서 생산된 현대기아차 전 차종이 '엉성한' 페인트 옷을 입은 채 출시됐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자동차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도장기술 수준은 외국산 차량과 비교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새로 출시된 차종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입자 입장에서는 중고차로 팔 때 금전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부식이 극도로 심해지면 안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표출됐다.
한 소비자는 "현대기아차는 그간 미완성된 차량을 판매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 값을 계속 올리고 있다 하니 그 뻔뻔함에 기가 찬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