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림(차량 내∙외부장치)별로 이 장비가 '옵션'이 아닌 '기본사양'에 포함된 경우도 발견돼 '금전적 손해'를 앞세운 장애인들의 큰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자동차는 개선의지를 밝힌 데 반해 기아자동차는 "타기 싫으면 말라"는 식의 반응을 보여 장애인에 대한 양사의 배려수준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 "이것은 명백한 생산오류"
장애3급인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장애인용 기아차 K5(럭셔리타입)을 구입했다. 고속도로 주행이 잦았던 김씨는 옵션으로 하이패스 단말기를 장착했다.
장애인용 차량이기 때문에 이 장비 역시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김씨의 예상은 빗나갔다.
차량 출고 이후 하이패스 장애인 등록을 위해 동사무소를 방문했으나 '비장애인용' 하이패스라는 이유로 거부당한 것. K5 차량의 하이패스 단말기는 장애인용 지문인식 하이패스와 연동되지 않는 다는 동사무소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자신에게 차량을 판매한 기아차 영업사원조차 이 같은 내용을 알고 있지 못했다는 생각에 김씨는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
김씨는 "기아차는 장애인용 자동차를 생산 및 판매하면서 장애인용 하이패스가 아닌 비장애인용 하이패스를 장착해 판매하고 있다"며 "이것은 명백한 생산오류로 빠른 시정이 요구된다"고 쏘아 붙였다.
기아차 측이 하이패스 단말기에 대한 비용을 환불해 주거나 장애인용 단말기로 교체해줘야 한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본보는 현대기아차, 르노삼성차, GM대우차 등 완성차 업체들의 동급 차량(배기량 2000cc급)들 중 장애인용 차량에 장착된 하이패스를 비교했다.
기아차의 K5는 럭셔리급은 '옵션', 프레스티지급은 기본으로 '비장애인용' 하이패스가 장착돼 있었다. 르노삼성차의 SM5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현대차의 YF소나타와 GM대우차 토스카에는 이 장비가 빠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장애인들의 선택권 자체를 이들 완성차 업체들이 크게 좁히고 있다는데 있다. 가령 K5 프레스티지 차량 구입을 원하는 장애인은 사실상 쓸모 없는 하이패스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장착해야 한다.
차량가격에는 하이패스 가격이 물론 포함돼 있다. 선택권은 물론 금전적 손실까지 장애인들이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 르노차와 기아차의 '예상밖' 입장차
이 장비가 100% 옵션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장애인본인이 아닌 비장애인 지인이 운전하는 경우의수도 적지 않아 필요에 따라 선택적용 할 수 있다. 장애인들의 반발개연성을 상당부분 상쇄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량에 탑재되는 하이패스 장비의 특수성에 대한 각 완성차 업체들의 면밀한 검토작업이 부족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완성차 업체들의 입장차는 예상외로 컸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SM5가 출시(지난 1월)될 당시 개발팀에서 하이패스 단말기를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잘 몰랐던 것 같다"며 "장애인들이 입게 되는 금전적 손실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개발되는 차량에는 비장애인용 하이패스 단말기를 제외하던가 옵션으로 변경할 것"이라며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지문인식 하이패스 단말기 적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기아차 관계자는 "장애인용차량을 (장애인) 본인만 운전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비장애인용 하이패스 단말기가 필요 없다면 K5 프레스티지가 아닌 럭셔리를 구입하고 (하이패스) 옵션을 빼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K5 프레스티지급은 럭셔리급에 비해 사용자 편의와 안전을 고려한 다수의 장치들이 '기본'으로 탑재돼 있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이를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사실상 장애인들의 선택권을 크게 훼손한다.
앞서 언급했듯 '필요한 편의장치'를 탑재하는 대신 '불필요한 장치'를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을 낳기 때문이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소수자의 입장에서 서럽다는 말 외에 또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장애인들에 대해 국내 차량제조사들이 보다 세심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