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사찰' 논란이 중심에 있다. 통상 기업정책이 공표되기 이전 내부 고위임원들의 각 승인단계를 거친다는 점에서 SK컴즈는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SK컴즈 측은 사용자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한 결과라는 입장이나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안타까움이 진하게 묻어 나왔다.
◆ 사용자들 "개인사찰"(?) 의구심
업계에 따르면 SK컴즈는 지난 21일 '개인정보취급방침 개정안내'라는 제하의 공지문을 '싸이월드'와 '네이트' 홈페이지에 각각 띄웠다.
28일부터 기존 개인정보수집 항목에 'MAC 주소'(MAC Address)와 '컴퓨터 이름'(PC Name)을 추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MAC 주소란 인터넷 또는 네트워크에 접속하고 있는 각종 기기(PC, 노트북, 스마트폰 등)의 물리적인 고유주소를 의미한다. 인터넷주소(IP address)보다 보안등급이 높다. 기기별 '주민등록번호'로 업계에서 통용될 정도다.
SK컴즈가 기존 수집해 오던 개인정보(서비스이용기록, 접속로그, 쿠키, 접속 IP정보, 결제기록, 불량이용기록)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려 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SK컴즈가 이 같은 정책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납득할 만한 이렇다 할 '목적'과 '용도'를 밝히지 않았다는데 있다.
사용자들이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개인사찰' 논란이 정계를 넘어 사회권 전체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 한 몫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용자는 "MAC주소는 중요한 정보이므로 여러 방식으로 이용, 남용, 악용될 수 있다"며 "SK컴즈가 밝힌 약관에는 수집된 개인정보가 어떠한 상황에서 수집되는지 또한 어떻게 활용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MAC주소를 (SK컴즈가) 수집한다는 것은 개인이 사용하는 인터넷에 CCTV를 달아놓고 감시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바라봤을 때 이것은 심각한 개인정보침해가 될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싸이월드와 네이트를 해킹하는 '불량사용자'들 때문에 지금도 (싸이월드나 네이트 사용자들은 SK컴즈 측에) 너무나 많은 개인 정보를 주고 있다"며 "여기에 MAC주소까지 SK컴즈가 (사용자들에게) 달라고 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나 다름없다"고 잘라 말했다.
◆ "좋은 의도였지만 철회하기로…"
각종 포털싸이트 게시판과 블로그는 물론 '트위터' 등지에는 이와 유사한 사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일각에서는 싸이월드를 비롯 네이트 사용을 중단하자는 극단적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닥친 SK컴즈 측은 개정된 개인정보취급방침 시행을 불과 하루 앞둔 27일 부랴부랴 이를 전격 철회했다. 사용자들의 대규모 이탈 개연성을 사전 차단키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SK컴즈 관계자는 이날 "'MAC 주소' 수집을 통해 네이트온 메신저 피싱(사기)으로 인한 고객피해 사례를 최소화 하려고 했다"며 "좋은 의도였지만 사용자들이 정보 수집에 관해 불편해 하는 것 같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입장에서 고객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철회하기로 결정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사용자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는 실제적인 (피싱 방지)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SK컴즈의 '일방통행'식 행태를 꼬집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사용자는 "SK컴즈는 싸이월드나 네이트 회원들의 힘으로 먹고 사는 기업 아니냐"며 "그런 기업이 사용자들과의 사전 교감도 없이 무작정 사용정책을 변경했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