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 사잉 룽 쯔억 라 방(푸른 잎이 노란 잎보다 먼저 떨어졌구나.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었을 경우'를 의미하는 베트남 성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신혼 8일만에 정신병력이 있는 남편(47)에게 흉기에 찔려 숨진 베트남 이주여성 고(故) 탓티황옥(20)씨는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먼 이국땅에서 한줌의 재가 됐다.
이날 오전 피살된 고 탓티황옥씨의 시신이 화장된 부산 금정구 선두구동 영락공원.
탓티황옥씨의 시신이 든 관이 화장장으로 들어가자 탓티황옥씨의 부모는 관을 부여잡고 "젊은 나이에 왜 이렇게 비참하게 먼저 가느냐. 부디 좋은 세상에 가거라"라며 오열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아버지 딱상(54)씨는 "마음이 아프고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틀 동안 총영사관 등에서 도와준 성의에 감사드린다."라며 "다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탓티황옥씨의 유골은 화장장으로 들어간 지 1시간20여분만에 수습돼 항아리 분골함에 담겼다.
이날 영락공원엔 아버지 딱상씨와 어머니 쯔엉티웃(48), 사촌언니 탓티부너(30)씨를 포함해 부산, 경남의 이주여성 20여명, 베트남 명예총영사관와 '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관계자 등이 와서 탓티황옥씨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특히 이날엔 부산이주여성인권센터 한글교실을 다니는 이주여성들이 수업 중에 자필로 쓴 편지를 탓티황옥씨의 가족에게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편지엔 이주여성으로서 같은 처지였던 탓티황옥씨에 대한 안타까움과 한국의 국제결혼 관련 법 체계 미흡 등을 가감없이 풀어 놓았다.
정정수 부산다문화인권교육센터 소장은 "한류 등으로 장밋빛 환상을 가지고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많다."라며 "최소한 배우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만 전달될 수 있어도 이번같이 불행한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락공원을 나선 탓티황옥씨 유족들은 모처에서 휴식을 취한뒤 16일 오전 10시 김해공항에서 베트남으로 떠난다.
고 탓티황옥씨의 유골은 자신의 고향인 베트남 껀터시 외곽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안장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