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박준응 기자] 두산중공업이 올해 3분기 지난해보다는 개선된 실적을 거뒀지만 고민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발전사업 경기가 침체된 상황 속에서 자체사업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당분간은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1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3조38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1% 늘었다.
실적이 소폭 개선됐지만 당초 시장기대치(2470억원)에는 못 미치는 성과다. 게다가 자회사 실적 개선에 의존한 부분이 크다.
핵심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의 수요 증대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33.0% 증가한 19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글로벌 건설기계 업황 호조로 실적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두산중공업의 자체사업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3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54억원으로 전년 동기 554억원 대비 10% 수준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률도 0.6%에 불과해 전년 동기 5.6% 대비 5.0%p 급락했다.
중공업 부문만 놓고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0억원, 매출은 1조1876억원을 기록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매출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베트남 송하우 설계·조달·시공(EPC) 프로젝트 종료단계 진입에 따라 감소했다"며 "영업이익 또한 매출 감소 여파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두산인프라코어 영업이익 비중은 두산중공업 전체 영업이익의 90%를 넘어섰다.
문제는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자회사의 호실적 기조가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3분기까지는 자체사업이 부침을 겪는 와중에도 자회사들이 유리한 업황에 기대 호실적을 견인하며 버텨왔으나 갈수록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글로벌 경제상황에서 언제까지 이 같은 호조가 이어질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기계 업계의 경우 4분기는 계절적 비수기로 상승세가 이어지기보다는 3분기 수준에서 유지되는 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에도 글로벌 수요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는 분석도 있지만 수요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업황이 계속 우호적으로 유지될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주상황도 기대 이하다. 두산중공업의 올해 3분기 누적기준 수주실적은 약 3조7000억원으로 연간 목표의 54%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주산업의 경우 수주가 향후 매출과 영업이익의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이 같은 수주부진 또한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그간 연간 수주실적 추이를 볼 때 하반기에 수주가 집중되는 경향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수주잔고도 17조7000억원으로 2017년 매출 기준 3년 치 이상의 먹거리(Back log)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4분기에는 수의계약, 로이스트(Lowest) 선정 등 연내 수주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 등 지속적인 노력으로 수주 실적은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산중공업은 또한 최근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서 비용절감과 수익성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고민 중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비용절감을 위한) 유급휴직이나 직원 계열사 전출 확대를 검토 중"이라며 "글로벌 업황이 어려워 당장 눈에 띄는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수주 확대와 수익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