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전용 데이터케이블의 내구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국내 사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美 현지에서 최근 이 부품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까지 발생돼 파장이 예상된다.

애플사는 거꾸로 케이블하자에 대한 A/S정책을 '무상'에서 '유상'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해 사용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 "동일 부위, 동일 불량 반복은 제품결함"

제보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인 A씨는 단말기 고장으로 '리퍼비시'(재생산품 교환, 이하 '리퍼') 서비스를 받기 위해 아이폰 공급업체인 KT의 영업점을 찾았다.

다행히 리퍼물량은 있었고, A씨는 제품교환이 가능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데서 불거졌다. 아이폰 전용 데이터 케이블이 심각하게 훼손(사진 참조)돼 있었다. 내구성이 형편없었던 탓이다.

A씨가 소유하고 있는 아이폰은 총 5대. 이중 2개 제품의 케이블에서 같은 증상이 발생됐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각각 사용한지 3개월도 채 안된 제품들이었다.

A씨는 앞서 언급한 케이블 불량으로 인해 그간 수 차례 KT에서 무상교환을 받아왔다. 같은 증상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무상교환이 될 것이라고 A씨는 여겼다.

그런데 KT측은 뜻밖의 답변을 내놨다. 케이블 하자에 대한 애플사의 교환정책이 지난 1일부로 '유상'으로 바뀌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A씨에게 2만3100원의 교환비용을 요구했다.

이미 동일한 문제로 무상교체를 받은바 있는 A씨는 납득할 수 없었다. 이에 KT측은 애플사의 정책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A씨는 "동일 부위에 동일한 불량이 반복되는 것이라면 제품의 결함이지 사용자의 과실은 아니지 않느냐"며 "애플사가 제품의 디자인에만 신경 쓰다 보니 제품의 내구성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A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온라인상에 개설된 아이폰 동호회를 비롯 각종 카페, 블로그 등지에는 피해를 호소하는 사용자들의 글이 실시간으로 게재되고 있다. 사용자의 부주의가 아닌 제품의 구조적 결함에 힘이 실린다.

그런 가운데 8일(현지시간) 美 IT전문 사이트인 '보이지니어스리포트'는 아이폰4의 화재소식을 전했다. 한 아이폰4 사용자가 단말기와 컴퓨터를 케이블로 연결하자 고열이 발생, 단말기 연결부위가 심하게 뜨거워지면서 부분적으로 녹아 내렸다고 밝혔다.  

사용자는 손에 가벼운 화상을 입었다는 부연이다. 애플 측은 이 사건에 대해 케이블 결함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애플코리아 측은 사용자 부주의에 무게를 실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케이블 연결부위가 약하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손으로 억지로 잡아떼지 않는 이상 그렇게 쉽게 끊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넘쳐나는 사용자들의 불만의견에 아랑곳 하지 않는 눈치다.

교환정책이 '유상'으로 갑작스럽게 바뀐 데 대해서는 "정책변경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공지한다"면서도 "애플 본사에 문의해 봐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한 관계자는 "담당 부서들간의 협의를 거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 한국소비자원 생활안전 담당 부서에서 '리콜' 여부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