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5년 '문제', 2010년에도 '문제'(?)
KTX를 최근 이용한 A씨는 우연히 객차 내에 설치된 에어컨을 자세히 들여다 본 뒤 경악했다.
단 한차례도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들 정도로 기기 내부는 온갖 이물질들로 가득했다. 객차와 객차 사이를 잇는 장소에 비치된 에어컨은 상태가 더 심각했다.
머리카락으로 보이는 이물질을 비롯 각종 먼지들이 냉기가 나오는 통로를 꽉 메우고 있었다. 다른 KTX 이용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은 A씨는 자신의 카메라로 문제의 기기를 촬영했다. 이후 각종 포털싸이트 게시판 등을 통해 퍼뜨렸다.
A씨는 "에어컨을 보면 '토'가 나올 정도로 지저분하다"며 "청소나 관리를 제대로 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A씨가 올린 사진을 확인한 상당수 네티즌들은 불쾌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 중 B씨는 과거 자신도 유사한 경험이 있었다며 또 다른 KTX 에어컨 사진을 '댓글' 형식으로 게재했다.
A씨의 사진과 비교해 '불결함'의 수준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2008년도에 촬영된 사진이라는 것이 B씨의 설명이나, 지난해에도 비슷한 내용의 이용자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됐던 것으로 취재 결과 파악됐다.
이용자들의 개선요구를 그간 코레일 측이 무시해 왔거나, 일련의 '청소' 작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게을리 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코레일 측은 "확인해보겠다"고 짧게 언급한 뒤 연락을 끊었다.
지난 2005년 KTX 경부선과 호남선, 각 열차 내 공기 속 이산화탄소와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농도가 허용기준치(1000ppm)를 크게 상회(평균농도 1369.5ppm)한 것으로 조사(환경부)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개선된 것으로 여겨졌던 당시의 불안감이 5년여 만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용객들의 건강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은 배가되고 있다.
직장인 장모씨는 "사업 때문에 KTX를 자주 타는데 이 정도로 내부 상태가 엉망인지는 몰랐다"며 "날씨가 덥더라도 차라리 에어컨을 끄고 운행하는 것이 이용객들의 건강에 유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씨는 "번지르르한 겉 모습과 달리 KTX의 속은 썩을 대로 썩은 것 같다"며 "코레일은 이용료를 통한 수익금으로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