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씨는 '고객' 신분에서 일순 '도둑' 신분으로 '급전직하'한 당시만 떠올리면 지금도 오르는 혈압을 주체할 수 없다고 한다.
결국 경찰서를 찾을 수 밖에 없었던 최씨의 사연은 이랬다.
◆ 최씨의 누명을 푼 국세청 '현금영수증'
최씨는 지난해 초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 입점해있는 '스와치' 시계매장에서 아들에게 줄 선물로 시계 1점을 현금으로 구입했다.
아무런 문제없이 작동돼 오던 해당제품은 근래 들어 고장을 일으켰다. 최씨는 매장을 찾아 A/S를 요청했으나 이곳 관계자 A씨는 "'제품보증서'가 있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구입시점이 1년 이상 경과한 뒤라 최씨는 보증서 보관위치를 기억할 수 없었다. 최씨는 시계케이스를 어렵사리 찾아 들고 재 방문했다. 구입증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A씨는 "구매영수증이나 카드사용내역서를 지참하는 등 여기서 제품을 구입했다는 증명을 하라"고 최씨를 몰아 세웠다.
'시계를 훔쳐간 뒤 A/S를 하러 온 도둑'처럼 A씨가 자신을 대했다는 것이 최씨의 주장이다.
오래 전 현금으로 구입한 상품의 영수증을 업체 측이 요구하는 것에 대해 최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순간 최씨의 뇌리 속에는 롯데백화점의 '포인트 제도'가 떠올랐다.
롯데백화점 단골 고객이었던 최씨는 그간 상품 구입액에 따른 포인트 적립을 단 한차례도 잊은 적이 없었다. 날짜별 포인트 적립내역을 통해 자신의 시계구매 내역이 드러날 것이라는 확신이 피어났다.
최씨는 백화점 측에 이를 요청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3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최씨의 손으로 전달된 내역서에는 시계를 구매한 흔적이 없었다. 백화점 측이 고의로 카드적립을 누락시켰다는 의심이 최씨를 감쌌다.
최씨의 계속된 상황 설명에도 롯데백화점 측은 요지부동이었다. 최씨는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귀가 후 최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세청에서 현금영수증을 조회했다. '2009년 1월 6일'이라고 적시된, 롯데백화점에서 시계를 구입한 현금영수증이 발견됐다.
국세청에 보관돼 있는 자료가 롯데백화점에 없다는 사실에 의문이 생겼지만, 그보다 최씨는 '시계도둑'이라는 누명을 벗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만약 이것(국세청 현금영수증)을 못 찾았다면 꼼짝없이 시계도둑으로 몰리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분한 마음에 최씨는 A씨를 남대문 경찰서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롯데백화점 측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 "제보가 거짓이거나 롯데백화점 측이 숨기고 있는 듯"
본보의 진위여부 파악요청에 이 업체 관계자는 "최씨가 당시 시계를 구입하면서 적립한 포인트가 확인됐다"며 "왜 이런 일이 발생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가 A씨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A씨의 응대방식이 서툴렀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해가 빚은 '해프닝'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최씨가 제기한 구입내역 고의누락 의혹에 대해서는 "영플라자의 상품결제는 매장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롯데백화점 측이 마련한 결재코너에서 일괄 진행된다"며 "게다가 영업종료 이후 매출액과 영수증 등을 비교하는 작업을 거친다"고 그 개연성 자체를 일축했다.
명예훼손건에 대해 그는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 사안으로 경찰이 결론 내렸다"며 "경찰이 양 측에 화해제안을 한 상태라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의문부호가 꼬리를 물고 있다.
한 소비자는 "최씨의 구매내역을 입증할 수 있는 적립포인트가 A씨와 분쟁이 있었던 날에는 왜 롯데백화점이 확인할 수 없었는지 납득이 안 된다"며 "최씨의 제보내용이 거짓이거나 롯데백화점 측이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롯데백화점이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객에 대한 응대법을 제대로 교육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롯데백화점 고객들은 현금으로 구입한 상품영수증을 죽을 때까지 보관해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