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년만에 찾아온 월드컵무대가 너무 허무하네요.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혜성같이 등장해 '라이언킹'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활약해왔던 이동국(31.전북)이 12년 만에 찾아온 월드컵에서 단 38분밖에 뛰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허무하게 마감했다.
예비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닥친 허벅지 부상을 이겨내고 허정무 감독의 깊은 신뢰 속에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동국은 '불운의 스트라이커'라는 꼬리표를 떼려고 그라운드에서 훈련에 집중해왔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고,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무릎인대 부상으로 고지를 눈앞에 둔 채 눈물을 머금고 수술대에 올랐던 이동국은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이번 대회를 앞두고 '월드컵 데뷔골'을 향한 강한 의지를 다져왔다.
나이지리아와 3차전에서도 벤치 멤버로 뛸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동국은 마침내 27일(한국시간) 새벽 끝난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29분 김재성(포항)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동국은 후반 42분 골키퍼와 1대1로 맞닥뜨리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슈팅이 발에 제대로 걸리지 않으면서 골키퍼 정면으로 가고 말았다.
비가 내려 미끄러운 잔디 때문에 볼은 가속이 붙으면서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빠져 골대 속으로 들어가는 듯했지만 수비수가 재빨리 거둬내 자신의 월드컵 데뷔골 기회를 날렸다.
한편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이 독기를 품고 있어서 조커로 투입했다"며 "실제로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