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정잉크'만 사용하던 잉크젯프린터에서 엉뚱하게도 '컬러잉크'가 먼저 소진됐다는 소비자 제보가 발단이 됐다.
업체 측은 기기를 분석해 봐야 한다며 원인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 사용하지도 않은 컬러잉크 소진, 왜?
박모씨는 지난해 캐논코리아의 잉크젯프린터(모델명:iP2680)를 구입한 뒤 검정잉크가 쓰이는 흑백출력 기능만을 사용해왔다. 컬러잉크가 내장돼 있었지만 컬러출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박씨는 프린터에서 '컬러잉크가 소진됐다'는 안내메시지를 확인했다. 그간 문서 출력 시 컬러잉크를 사용하지 않았던 터라 박씨는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즉시 업체 측 고객센터에 의문을 제기했다.
고객센터 관계자 A씨는 "컬러로 출력하지 않아도 컬러잉크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며 "프린터 전원을 켤 때 잉크를 분출시키는 관(노즐)을 청소하는데 컬러잉크 일부가 쓰인다"고 답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사용하지도 않은 '새 컬러잉크'가 노즐청소에 전량 사용됐다는 얘기다.
박씨는 이를 납득하기 힘들었다. 프린터 구입시 기본으로 제공된, 주력으로 사용한 검정잉크는 잔량이 충분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박씨는 "검정잉크가 아직 남아 있을 정도로 문서 출력량이 많지 않은데, 노즐 청소에는 왜 이렇게 많은 컬러잉크가 소진됐는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A씨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박씨는 "컬러잉크 잡아먹는 귀신을 구입한 것 같다"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컬러잉크가 소요될 지, 유지비는 얼마나 들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캐논코리아 측은 박씨가 주장한 제품의 '이상증상' 개연성을 일부 인정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컬러출력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도 기계작동 원리에 의해 컬러잉크가 소진될 수 있다"고 밝혔다. A씨가 언급한 '노즐청소'의 연장선상이다.
다만 그는 "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상태에서는 주로 사용하는 검정잉크보다 컬러잉크가 먼저 소진되지는 않는다"며 "구체적인 문제 원인은 문제 제품에 대한 기기분석 작업을 거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씨의 협의를 통해 이번 문제는 원만히 마무리 됐다"고 덧붙였다.
◆ "캐논, 왜 '만년 2위'인지 알겠다"
캐논코리아 프린터제품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잠재적 피해 소비자군의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한 소비자는 "컬러잉크든 검정잉크든 프린터 사용량에 비해 잉크가 지나치게 빨리 소진되지는 않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봐야겠다"며 "프린터를 사용할 때 마다 사용자가 잉크량 까지 체크해야 한다는 말이냐"고 비꼬았다.
그는 "캐논코리아가 왜 국내 잉크젯프린터 시장에서 만년2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지 알겠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일부에서 발생 된 특수사례를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캐논코리아의 원인 분석 결과를 우선 기다리는 것이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를 덜 것"이라고 주문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잉크젯프린터 시장은 지난 4월 기준 휴렛패커드(HP)가 약 48%의 점유율로, 24% 점유율 수준에 머물고 있는 캐논코리아를 압도하고 있다.
한편 캐논코리아 관계자는 "확인 결과 이번 사건의 원인은 '잉크카트리지'에 있었다"며 "프린터 자체의 하자가 아니다"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그는 "컬러잉크카트리지의 센서가 이상을 일으켜 (컬러)잉크의 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카트리지 교체 후 해당 프린터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