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번가, 인터파크, 옥션, G마켓 등 국내 주요 오픈마켓들이 '하자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항의에 '뒷짐'만 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 "박살 난 채 배송된 '스쿠터', 화 안 나겠냐"
#사례 1= A씨는 최근 11번가에서 고가의 스쿠터를 구입했다. 배송된 제품을 확인 한 A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스쿠터 전체에 '파손' 흔적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는 즉시 판매자에게 반품을 요청했지만 "많이 파손된 곳은 교체해 줄 테니 그냥 타라"는 무성의한 답변만이 되돌아 왔다.
화가 난 A씨는 11번가 고객센터를 통해 재차 불만을 제기했다. 고객센터의 반응도 판매자의 답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품 특성상 반품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식적인 안내만 이뤄진 것이다.
A씨는 "새로 산 스쿠터가 박살 난 채 배송됐는데 화가 안 나겠냐"며 "(11번가 측은)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어 더욱 화가 난다"고 말했다.
#사례 2= 지난 5월 인터파크에서 PMP를 구입한 B씨는 해당 제품을 컴퓨터에 연결하던 중 제품에 이상을 발견했다. '제품 하자'라고 판단한 김씨는 즉시 판매자 측에 반품을 요청했다.
반품과정에서 판매자와의 연락이 쉽게 닿지 않아 어려움을 느낀 김씨는 인터파크 측에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인터파크 측은 "직접 판매자와 협의해 보라"며 "판매자가 제품 불량을 인정하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B씨는 "인터파크를 믿고 제품을 구입했는데, 정작 업체 측은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사례 3= C씨는 지난 3월 옥션에서 족욕기를 구입했다. 이씨는 제품설명서에 따라 족욕기에 물을 넣은 뒤 온도가 상승하기를 기다렸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록 가열되지 않아 의아해 했다.
더욱이 제품 곳곳에는 '물 때'로 보이는 얼룩과 흠집 등 타인의 사용흔적이 발견됐다. 이씨는 제품 성능하자에 이어 '중고품' 의심마저 들었다.
그는 즉시 판매자에게 반품을 요구했지만 판매자 측은 이씨에게 "제품 문제에 대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출하라"며 거절했다. 자체 시험결과 제품 품질에 이상이 없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판매자와의 실랑이에 지친 이씨는 옥션 측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비자단체를 통해 상담을 받아보라"는 답변뿐이었다.
◆ "보상 책임은 판매자가…"
오픈마켓 관계자들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문제 발생시 '조정'역할 만 할 뿐, '보상 책임'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파손 등 제품 하자 사례의 경우 판매 당시 제품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배송상의 문제인지 확인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송 중 상품이 파손됐다 하더라도 배송을 담당하는 업체 쪽에서 과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상품 판매자가 보상 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주는 '중개자'일 뿐, 보상 책임의 의무는 없다는 부연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여론이 적지 않다. 문제해결을 위한 이들 업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 소비자는 "판매자가 문제가 있는 제품을 판매하고 '나 몰라라'하는 상황에서도 '중개자' 역할만 강조할 것이냐"며 "이는 개인 판매자가 아닌 오픈마켓의 브랜드를 믿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을 두 번 울리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판매자의 과실이든 아니든 모든 문제의 책임을 '판매자'에게 떠 넘기는 것은 오픈마켓 측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