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웅웅웅∼."
11일 오후(현지시간) 201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대회 개막전이 펼쳐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외곽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은 한마디로 굉음의 도가니였다.
마치 하늘이라도 무너지는 듯한 엄청난 소음이 스타디움을 온통 휘감았다. 남아공과 멕시코 간 개막전이 펼쳐지기에 앞서 양국 국가가 연주될 때를 제외하고는 경기 내내 '부부젤라'(Vuvuzela)가 뿜어내는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수천 개의 부부젤라가 한꺼번에 소리를 내면서 원래 '부우우∼'하는 소리가 `웅웅웅웅∼'하며 고막을 찢을 정도로 굉음의 화음을 만들어냈다.
고함을 질러야 겨우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였고, 청각 보호를 위해 귀마개를 한 관중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특히 개최국인 남아공이 멕시코 골문을 위협할 때에는 관중들이 내지르는 함성이 더해지면서 스타디움이 떠나갈 듯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부부젤라는 남아공 최대부족인 줄루족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는 나팔 모양의 전통 악기로, 길이가 60∼150㎝로 다양하다. 단순히 마우스 피스에 입술을 갖다대고 세게 바람을 불어넣으면 마치 코끼리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뿜어낸다.
지난 2001년 한 업체가 플라스틱 재질로 이를 대량 생산하면서 남아공 축구팬들의 응원 도구로 보급된 부부젤라는 지난해 6월 남아공에서 개최된 컨페더레이션컵을 통해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당시 과도한 소음에 민감해진 외국 선수들 사이에서 부부젤라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불평이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FIFA와 남아공월드컵조직위원회는 부부젤라 응원을 아프리카를 특징짓는 전통 문화로 규정해 규제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부부젤라의 과도한 소음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자 대니 조단 월드컵조직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가가 연주될 때는 부부젤라를 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사용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스위스 보청기 제조업체인 포낙은 부부젤라의 소음도가 127㏈(데시벨)로, 청각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월드컵 관중에게 부부젤라 소음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