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붉은악마가 최근 서울광장 응원전 복귀를 선언한데 대해 SK텔레콤과 현대자동차가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서울광장 응원은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후원사인 현대차가 주관하고 SKT 등이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자칫 이들 기업이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 SKT "그간 준비해온 행사내용, 붉은악마와 공유"
당초 붉은악마는 월드컵 기간 동안 서울광장에서 응원전을 펼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붉은악마는 지난 7일 갑작스레 길거리응원 장소를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앞으로 변경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들간의 '마케팅전'이 혼탁양상으로 치달아 서울광장을 떠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서울광장 응원을 후원하는 SKT와 현대차와의 마찰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기다.
우선 SKT측은 '특정기업 브랜드가 연상될 수 있는 응원가는 서울광장에서 부를 수 없다'고 지난 3일 붉은악마 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붉은악마가 사용하는 공식 응원가는 'The Shouts of Reds'. 이 곡은 경쟁사인 KT가 6월 현재 자사광고에 삽입하고 있다. 자신들이 후원하는 응원전에서 경쟁사의 광고음악이 사용된다는 사실이 SKT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SKT의 주장은 달랐다. '응원곡 불가' 통보와 붉은악마와의 관계악화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SKT 측에 따르면 서울광장 응원행사를 SKT와 현대차가 함께 준비하는 과정에서 행사 운영과 관련해 양사의 의견을 조율하는 태스크포스(TF)팀이 구성됐다.
SKT 관계자는 "TF팀은 붉은악마 측에 지금껏 양사가 조율해온 행사운영 관련 사항을 전했다"며 "여기에 '특정회사를 떠올릴 수 있는 노래(응원가)는 행사에서 부르지 말자'는 내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SKT의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양사의 의견을 조율해온 TF팀이 그간 준비해온 행사내용을 붉은악마와 공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붉은악마가 사용하는 응원곡에 대한 SKT의 압박은 없었다는, 즉 와전된 얘기라는 뜻이다.
현대차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 서울시 긴급 중재… 붉은악마-SKT-현대차 '악수'
현대차 측이 서울광장 응원전에 현대차 회사로고 명기를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논란의 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서울시가 회사로고 노출을 금지한다고 선언한 가운데 우리가 어떻게 회사로고 명기를 (붉은악마에) 요구할 수 있겠냐"며 "허위사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월드컵 기간 서울광장 개방을 놓고 '기업 브랜드와 슬로건 노출을 금지한다'는 대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현대차 측의 언급에 무게감이 실린다.
우후죽순식 여론과 기업들 간의 신경전, 붉은악마 측의 오해가 결합된 일시적 '파열음'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보다 못한 서울시는 다급히 중재에 나섰고, 그 결과 붉은악마와 SKT-현대차는 극적으로 화해하는데 성공했다.
거리응원의 '메카'라고 국내외에서 불리는 서울광장 응원전이 2002년, 2006년에 이어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SKT와 현대차가 안도의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