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삼' 이보희 "계솔이는 중년·서민의 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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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삼' 이보희 "계솔이는 중년·서민의 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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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전 그녀는 '엄지'였다. 영화 '이장호의 외인구단'(1986)에서 까치의 불 같은 사랑을 받는 청초한 엄지로 그는 스크린을 강타했다.

또 그전에는 양반들을 희롱하는 색기 넘치는 '어우동'(1985)이었고 '무릎과 무릎 사이'(1984)를 통해서는 섹시 스타의 대명사가 됐다.

그렇게 1980-1990년대 특급 스타로 스크린을 누볐던 이보희(51)가 2010년 안방극장에서 이름도 해괴망측한 '계솔이' 역으로 또다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 속에서도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KBS 2TV 주말극 '수상한 삼형제'에서 그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지만 솔직함과 의리, 인간적인 매력으로 뭉친 계솔이를 맡아 '이보희의 대반전'을 보여줬다.

종영(13일)을 한 주 앞두고 그를 최근 만났다.

"처음에는 굉장히 걱정이 많았어요. 캐릭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과연 이런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어요. 배우로서 망가지는 것은 두렵지 않아요. 그보다는 맡은 역을 잘 소화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죠."


계솔이는 그가 데뷔 31년 만에 처음으로 맡아보는 이색적인 캐릭터다. 20-30대는 청초하거나 섹시한 역을 했고 40대 이후에는 우아하고 단아한 어머니 역을 해온 그로서는 '파격'이다.

"문영남 작가님이 '뒤로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넘어지면 뒤에서 우리가 받치고 있을 테니 넘어져서 다치면 어쩌나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넘어져라'고 했는데, 그 말이 굉장히 마음에 와 닿았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내가 어찌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대본에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말에 힘을 얻은 그는 외모에서부터 파격을 꾀했다. 너무 꼬불꼬불하고 까만색이라 가까이서 봐도 가발처럼 보이는 계솔이의 머리는 진짜 이보희의 머리다. 염색도 안 했다. 촬영이 있는 날이면 1시간 30분씩 머리카락을 말아서 빚어낸 결과다.

  




"가발을 쓰면 이런 느낌이 안 나요. 꼬불꼬불 말아야 하니까 귀, 목 뒤 등이 많이 데었어요. 열을 가해야하니 엄청 뜨겁죠. 그나마 처음에는 2시간씩 걸렸는데 익숙해지니까 30분이 줄어들었어요.(웃음)"


이렇게 머리를 완성시킨 그는 색색의 진한 화장, 커다란 귀걸이, 컬러플하지만 잘 매치가 안되는 의상을 준비해 계솔이의 패션을 완성시켰다.

외모의 '혁신'은 천연덕스러운 연기 변신으로 이어졌다. 어눌하면서도 뻔뻔한 충청도 사투리, 할 말 안 할 말 다 뱉어내는 무개념의 태도, 춤추면서 방귀를 뀌는 행동까지 기존 이보희의 이미지로는 상상도 못하는 연기가 펼쳐졌다.

"처음에는 이름이 '솔이'라고 해서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성이 '계'씨라대요.(웃음) 계솔이를 하면서 정말 시원했고 스트레스 해소도 됐어요. 전 남한테 할 말 다 못하고 사는데 계솔이는 거침없이 다 하잖아요. 방귀 뀌는 것도 그래요. 누구나 혼자 있으면 뀌지 않나요? 사람들의 그런 모습을 계솔이가 보여줬을 뿐이에요. 그래도 방귀는 좀 창피하긴 했어요.(웃음) 그간 눌러 참고 절제된 연기를 주로 해야 했는데 이번에 전혀 다른 연기를 해서 참 재미있었어요."




그는 계솔이에 대해 "무식하지만 솔직하고 인간적인 면이 다분한 여자다. 또 무엇보다 의리가 있다"고 말했다.

"초반에는 딸에게 뻔뻔하게 신세도 많이 졌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어요. 딸은 계솔이가 제일 의지하고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미안하면서도 투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그런 계솔이도 정작 딸이 어려워지니 앞뒤 안 가리고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잖아요. 그런 계솔이를 동병상련하는 시청자가 많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던 계솔이는 어느새 주변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끈끈한 동지'가 됐다. 그리고 부자인 주범인(노주현 분)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 결혼까지 했다.

"중년의 신데렐라죠. 서민의 신데렐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주범인과 계솔이의 결혼을 응원하는 것 같아요. 시청자들도 계솔이의 진면목을 알았기 때문에 그렇다면 주범인처럼 괜찮은 사람과 연결돼도 괜찮겠다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계솔이는 이제 주범인과 세계여행을 다닌대요. 최고로 팔자가 폈죠.(웃음)"




그는 '수상한 삼형제'가 '막장 드라마'라 비난받은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막장 드라마'라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인지 싶어요. 실생활에는 더한 사람, 더한 일들이 많은데 드라마에서 그것을 표현했다고 막장인가요? 물론 걸러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 드라마는 그렇지 않아요. 마음에 와 닿는 대사가 얼마나 많은데요. 작가님이 서민의 마음과 생활을 정말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서민의 가장 간지러운 부분을 건드려주시니 인기를 끈 것 같아요."


이보희는 "계솔이를 연기하며 많이 공부했고 앞으로 어떤 역이 들어와도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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