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대출 금리가 전반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연체이자에는 좀처럼 반영되지 않고 있다. 연체이자율을 최소 14% 이상으로 정해놓아 금리 하락세가 반영될 소지를 원천적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처한 사람과 장기 악성 연체자도 거의 차별화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이자 수입에만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 연체이자, 무조건 14% 이상
2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3개월 이내 연체한 대출의 경우 대출이자율에 연 8%의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3~6개월 이내에는 연 9%, 6개월 이후에는 연 10%를 적용하고 있다.
기업은행도 마찬가지로 연체기간을 1개월 미만, 1~3개월, 3개월 이상으로 나눠 각각 연 8%, 9%, 10%의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은행들이 대출이자율의 변동에 따라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시스템을 채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은행 대출 약관을 보면 가산금리제에 우선하는 '연체이자율 하한선'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연체이자율의 하한선을 연 14%로 정해놓았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하한선은 각각 연 16, 17%다. SC제일은행의 연체이자율 하한선(대출 5억원 이하)은 연 18%에 달한다.
반면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개월째 내림세를 보이며 3월 주택대출 평균 금리는 연 5.47%로 떨어졌다.
연 5.47%에 가산금리 연 8%를 더하면 연 13.47%의 연체이자를 내야 하지만 연체이자율 하한선으로 인해 실제 내는 이자는 연 14~18%에 달한다. 대출 금리의 하락이 무의미해지는 대목이다.
더구나 올해 들어 새로운 대출 기준금리 체계인 코픽스(COFIX)를 적용한 주택 대출은 금리가 연 3%대 중반까지 내려왔지만, 은행들은 연체이자율 하한선을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 '일시 연체자' 고려도 안해
연체이자율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불가피하게 연체를 한 사람에 대해 너무 가혹하다는 점이다.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대출 이자 연체가 1개월만 넘어도 바로 연 14~18%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1억원 대출을 받아 연 6%(월 50만원)의 이자를 내고 있던 사람은 한 달만 연체해도 바로 이자가 월 100만원 이상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은행업계는 이에 대해 "연체이자는 일종의 벌칙성 금리이기 때문에 초기 연체이자율을 높게 잡아야 연체율이 높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경우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연체한 대출자의 상환 부담은 급증하게 된다. 소비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나 구조조정으로 일시적 실직자가 된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산업은행의 연체이자율 시스템은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자금난 완화라는 차원에서 연체 가산금리를 첫 1개월은 3%, 1~3개월은 6%로 하고 있다. 연체이자율 하한선은 없으며 상한선도 금융권에서 가장 낮은 17%로 정했다.
산은 관계자는 "연체 초기에 이자를 급격히 높이면 대출을 받은 기업이 빚을 갚을 능력은 오히려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출 기업과의 윈-윈 차원에서 이런 제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소금융 등 서민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각종 제도가 마련되는 시점에서 은행권도 ▲연체이자율 하한선 완화 ▲초기 연체이자율 경감 ▲평소 신용도가 높았던 연체자 차별화 등 서민을 위한 연체이자율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금융기관이 몸집 불리기에만 신경 쓰고 정작 서민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이제부터라도 서민 금융부담 완화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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