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과대광고 정황이 한 소비자 제보로 최근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ix의 카탈로그 광고가 문제였다.
차량에 탑재돼 있는, iPod(아이팟) 사용을 지원하는 'USB단자'가 광고내용과 달리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쟁사 차량은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측은 제대로 된 문제인식 조차 없이 무미건조한 답변으로 일관해 소비자들은 물론 업계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 "'USB only'로 생각하지 AUX는 고려하지 않는다"
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투싼ix를 구입한 이모씨는 차량 내에 장착된 '아이팟 지원 USB단자'에 아이팟을 연결했다.
그러나 음악은 나오지 않았다. 투싼ix 광고 카탈로그에는 '아이팟을 USB단자에 연결 시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내용의 문구가 적시돼 있었던 터라 이씨는 의아해 했다. 연결 과정상의 하자도 없었다.
이씨는 현대차 측에 문의했다. 뜻밖의 답변이 날아들었다. USB단자와 외부입력(AUX) 단자를 결합한 2만~3만원대의 케이블을 별도로 구매해야 아이팟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씨는 황당했다. 아이팟 사용자라면 누구나 USB케이블만을 가지고 사용을 하기 때문이다.
경쟁업체 차량은 달랐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중형세단 SM5는 USB케이블만으로도 아이팟이 정상적으로 작동됐다. 이 기능을 지원하는 다른 수입차량들도 마찬가지였다.
운전자가 아이팟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장치가 똑같이 탑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그 기능면에서 뒤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씨는 "현대차의 기술 개발을 맡고 있는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아이팟이) USB단자로 인식 한다고 하면 사용자는 당연히 'USB only'로 생각하지 AUX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 (카탈로그에) 왜 그렇게 광고하냐?"는 질문에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광고는 광고팀에서 하는 것이라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현대차 고객센터의 상담원과 품질보증팀 직원들과는 아이팟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인해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부연이다.
이씨는 "현대차에서 광고하고 있는 아이팟 지원 usb 단자는 소비자(아이팟 사용자)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단자와의 인식차이가 있다"며 "(현대차의 아이팟 지원 USB단자는) 단순히 기존의 AUX단자를 사용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측은 이씨의 주장대로 아이팟에 대한 이해부족 실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문제인식이 더딜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 "아이팟용 전용케이블을 팔려는 상술"
이 회사 관계자는 "(차량) 사용설명서에는 차량 오디오 버튼으로 아이팟을 조작하려면 전용 케이블을 구매해야 한다고 표기돼 있다"며 "(USB단자만으로 아이팟이 작동되는지 등) 나머지는 아이팟을 사용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현대기아차는 아이팟 전용 케이블이 있어야 차량 내 (아이팟) 사용이 가능하다"며 "이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물론 업계에서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직장인 A씨는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TV'라고 광고해 놓고 '별도의 장치를 구매해야만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고 말을 바꾼 것과 같은 이치"라며 "전형적인 과대광고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아이팟 지원 USB단자'라는 말은 USB케이블 연결만으로 아이팟이 작동되고, 이를 시스템적으로 개발을 완료한 뒤 차량에 탑재했다는 의미"라며 "현대차 관계자의 발언은 아이팟 지원기능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고백이나 다름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투싼ix가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아이팟과 아이폰이 사회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틈을 타서 아이팟용 전용케이블을 팔려는 상술로 비쳐진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