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죽은 다음에 보상해 준다는…"
한국타이어가 일부 대리점의 '비양심' 판매행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타이어의 생산연도를 속여 판매했다가 소비자 제보로 덜미가 잡힌 것. 한국타이어 측은 성능에 이상이 없는 제품을 판매한 것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국타이어의 대리점 관리실태에 대한 의문부호가 제기됨과 동시에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새나왔다.
◆ "30개월이 안 된 타이어인데 무엇이 문제냐"(?)
남모씨는 최근 주거지 인근 한국타이어 대리점을 찾아 타이어를 교체했다.
그 과정 중 남씨는 생산연도로 보이는 숫자표기(08)를 타이어에서 확인했다. 대리점 관계자 A씨는 "2008년 겨울(11~12월)에 생산 된 제품이니 걱정 안 해도 된다"며 "동네 장사인데 속여 팔겠냐"고 말했다.
이후 남씨는 타이어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지인 B씨를 통해 자신이 교체한 타이어가 2008년 12주 차, 즉 3월경에 생산된 타이어임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A씨가 말한 시점과는 6개월 이상의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타이어 제조일자는 생산연도와 함께 몇 주차에 생산됐는지 까지 상세하게 표시되는데, 남씨는 이 사실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남씨는 B씨로부터 한국타이어가 제조 후 30개월이 지난 장기재고 타이어를 폐기 처분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접했다. 폐기처분을 목전에 둔 타이어를 구입한 꼴이다.
남씨는 A씨에게 이러한 사실을 따져 물었지만 A씨는 "30개월이 안 됐는데 무엇이 문제냐"며 "한 번 사용한 타이어는 중고로 판매해야 해 교환도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남씨는 "폐기처리를 2~3달 앞둔 타이어를 나에게 속여 팔았다"며 "(문제의 타이어를 사용하다) 교통사고로 다치거나 죽은 다음에야 보상을 (새 타이어 교환을) 해 준다는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홈페이지에서 대리점의 위치를 보고 찾아가 타이어 교체를 받았는데 이 곳은 한국타이어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대리점이 아니었다"며 "직영점과 대리점의 구분표시가 왜 (홈페이지상에) 없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박씨가 구입한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A씨가 생산연도를 속인 사실이 확인될 경우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타이어의 품질보증기간이 6년인데 30개월 이상 장기 보관된 제품은 소비자가 품질보증을 받으며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며 "때문에 30개월 내 생산된 제품만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30개월이 지난다고 해서 당장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생산연도 속였다면 문제될 수 있어" 잘못 시인
다만 그는 "A씨의 (생산연도를 속인)발언이 사실이라면 내부적으로 협의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부연했다.
한국타이어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대리점과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대리점을 어떻게 구분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서울의 경우 직영대리점은 두 곳 밖에 없다"며 "사실상 서비스 차이가 크지 않아 따로 구분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대리점이 아닌,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대리점에서 남씨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했을 경우 구제가 쉽지 않다. 한국타이어 측이 계약관계인 개인사업자에게 문제 해결과 관련, 강제적으로 제재를 가하기 어려운 탓이다.
소비자 일각에서는 한국타이어의 대리점 관리소홀을 꼬집는 의견이 나왔다.
한 소비자는 "전국 모든 대리점에서 타이어 생산연도를 소비자에게 정확히 안내한 뒤 판매하고 있는지 업체 측이 나서 점검해 봐야 할 것"이라며 "오래된 타이어는 주행 중 구멍이 나거나 파손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반드시 (타이어 생산연도를)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대리점의 이 같은 판매행태 문제가 재발될 경우 한국타이어는 직영점을 확대하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리점이나 직영점이나 '한국타이어'의 얼굴을 대신하기는 마찬가지"라며 "대리점의 문제는 곧 한국타이어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업체 측은 명심해야 한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