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무인경비 보안업체인 ADT캡스(이하 캡스)가 대고객 '보복서비스'(?) 의혹에 빠져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해지의사를 밝힌 자사 고객 업체를 방문, 방범설비 해체 작업을 하면서 주변기물을 의도적으로 훼손한 정황이 포착됐다. 캡스 소속 일부 직원이 최근 경쟁업체 방범시설을 몰래 부수고 다니다 경찰에 적발된 바 있어 논란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캡스 측은 의도성이 없었다며 원만한 합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으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쓴 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만행"
제보에 따르면 A업체는 최근 비용절감 차원에서 7년 간 사용했던 캡스를 해지키로 결정한 뒤 캡스 측에 이를 통보했다.
내부사정을 이유로 방범장비 해체작업을 미루던 캡스 측은 약 10일 정도 흐른 시점에서야 담당 직원 김모씨를 파견했다.
김씨의 작업이 마무리된 뒤 A업체 직원들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현관문 자동도어록, 인터폰, 금고 등 방범기기가 설치됐던 곳이 심하게 훼손돼 있었기 때문이다.
작업 중 불가피하게 벌어진 상황이라고 하기엔 피해 상황이 워낙 컸다. 특히 고가의 금고에 심각한 흠집이 발생된 데 대해 캡스 측은 페인트 칠 정도로 무마하려 하는 무성의함을 보이기도 했다.
A업체 대표 장모씨는 "금고에 칠해져 있는 페인트는 건조로에서 건조시킨 특수페인트"라며 "차를 (날카로운 물체로) 긁어놓고 거기에 페인트칠을 해준다는 식"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서비스를 해지하는) 고객에 대한 감정적인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캡스를 7년 동안 아무 쓴소리 없이 사용해왔던 우리로써는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캡스의) 만행"이라고 격분했다.
캡스 측은 작업 중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불가피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 회사 관계자는 "A업체 금고에 부착돼 있던 도난감지기를 떼면서 도색이 벗겨진 것"이라며 "특수 페인트라 시중 페인트로 원상복구가 안 돼서 수거 후 (금고 생산공장에서) 재도색하는 방법으로 A업체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출입구 도어락 주변에 부착 된 방범설비를 철거하게 되면 흔적이 남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고객에게 사전 양해를 구한 뒤 (철거) 절차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도적으로 (방범설비를 철거하면서) 기물에 훼손을 가하는 일은 없다"며 "장비 철거 이후 깨끗하게 뒷정리가 미비했던 것은 인정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사사례가 발생 시 고객과의 협의를 통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고 있다는 부연이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직장인 최모씨는 "첨단 경비시스템을 자랑하는 캡스가 장비는 첨단이 아닌 것 같다"며 "(방범설비해체 시) 기물이 망가질 수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대학생 조모씨는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선택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부분은 서비스의 질"이라며 "소비자가 나중에라도 (캡스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끝 마무리를 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캡스 영업사원 김모(29)씨 등 2명은 지난 달 중순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출판사 사무실 입구에 설치된 지문리더기를 떼어내고 달아나다 경비업체 직원에게 붙잡혔다.
이들이 도난방지장치를 부순 사무실과 점포는 총 7곳으로, 모두 경쟁업체인 에스원에 가입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