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원 복숭아나무 다 얼어 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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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원 복숭아나무 다 얼어 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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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이면 복숭아나무마다 연분홍색 예쁜 꽃망울을 터뜨려야 하는데, 보세요, 다 얼어 죽었잖아요"


복숭아 고장으로 유명한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대서리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석재인(46)씨가 26일 자신이 키우는 복숭아나무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1만4천761㎡ 복숭아 밭에 있는 600그루의 복숭아나무마다 꽃눈이 새카맣게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 이맘때에는 복숭아 가지마다 20~40개의 꽃눈이 달려 탐스러운 꽃망울을 터뜨렸다.

하지만 올해는 30여년 복숭아 농사만 지어온 석씨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다.

지난 겨울 폭설과 계속되는 이상 저온현상 때문에 복숭아 꽃눈이 거의 다 죽어 버렸고, 나무마저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지에는 꽃눈이 10~20개밖에 달리지 않는데다 그 나마 꽃눈 가운데 살아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어른 새끼손톱만한 꽃눈이 조금씩 벌어져 꽃을 피워야 복숭아가 달려 가을에 주먹만 한 복숭아를 수확할 수 있는데 올해 복숭아 농사는 완전히 망가져 버린 것이다.

지난해 이 복숭아밭에서 4.5㎏짜리 상자 4천 개를 수확해 8천만원의 소득을 올렸던 석씨는 그야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미 비료를 뿌리고 가지치기를 하느라 1500만원을 썼는데 이마저도 고스란히 날리게 생겼다.

석씨의 경우 재해를 대비해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해 정부지원금 외에 20만원을 보험금으로 냈지만 보험혜택은 기대도 할 수 없다.

과수농가들이 가입한 농작물재해보험은 보험기간이 가을철 수확기까지만 한정돼 있고 태풍 및 우박피해 보상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겨울부터 올해 2월까지 혹한피해를 본 농민은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다른 복숭아 농가도 사정은 마찬가지. 석씨 복숭아 밭 맞은 편에 있는 박모(50)씨의 복숭아 밭은 이미 죽은 복숭아나무가 모두 베어져 밭 한쪽에 처참한 모습으로 쌓여 있었다.

박씨는 "장호원 지역에서는 600여개 농가가 500㏊에서 복숭아 농사를 지어 연간 200억~25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데 이미 30% 이상 농가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농작물 재해를 선포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장호원지역 농민들은 대부분 복숭아 농사를 지어 생활하고 있는데 이번 혹한 때문에 한해 농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모두 망쳐 피해가 크다"면서 "꽃눈은 죽었어도 나무만은 살아야 내년 농사를 지을 수 있는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3월 복숭아 꽃눈 피해를 조사해 동해 피해를 당부했던 이천시는 복숭아 농가를 상대로 피해신청을 받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천지역의 복숭아 재배 농가는 장호원 지역을 포함해 총 850여 가구로 768ha에서 연평균 1만2600t을 생산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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