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미국과 유럽보다 빠른 속도로 침체에서 잘 회복하고 있으며, 올해는 아시아 지역이 전 세계의 회복세를 주도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주가 상승 등 금융시장이 안정을 보이고 생산과 소비 등의 각종 지표가 호전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과 유럽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올해 아시아 지역이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미국의 경기침체는 이미 작년 하반기에 끝났지만, 실업률 하락과 경기 회복이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등 급격한 'V' 자형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가 18일 미국의 경제전문가 5명을 대상으로 경기전망에 관한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하나같이 한국이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 신용평가 업체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위스 이사는 "한국이 대(對) 중국 수출 증가에 힘입어 유럽과 북미지역을 앞지르며 잘 회복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아시아가 경기 확장세를 주도하고 유럽은 뒤처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민간 경제조사 단체인 콘퍼런스보드의 켄 골드스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경기 회복에 대해 "한국이 아마 환태평양지역 국가 중 최고가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전 세계 수출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므로 한국이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기반의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현명한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푸르덴셜 국제투자자문(PIIA)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존 프라빈 박사는 전 세계 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한국이 1.4분기에 3.5%, 올해 연간으로는 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물가만 목표범위 내에서 안정된다면 상반기 중에는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도 "한국의 경제성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올해 성장률이 5%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을 보일 것"이라면서 "올해는 중국 경제의 거품이 어떻게 되느냐가 한국 경제에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의 경기침체 종료 시점에 대해 노무라 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레슬러 이사는 "작년 7∼8월께"라고 진단했고 S&P의 데이비드 위스 이사도 작년 8월께 침체가 끝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켄 골드스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3분기 또는 9월께라고 답했고 손성원 교수는 작년 6월께, 존 프라빈 박사는 작년 하반기에 침체가 끝났다고 각각 분석했다.
이들은 또 미국 경제가 또다시 침체로 빠지는 이른바 '더블딥(이중침체)'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미국의 실업률이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까지 9% 이상의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등 고용사정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으며 경기 회복의 속도도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레슬러 이사는 미국 실업률이 올해 말까지 9%를 넘고 내년엔 8%대를 유지하는 등 느리게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고 골드스틴 이코노미스트도 내년 봄까지 9.5%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스 이사는 오히려 올여름께 실업률이 10.1% 수준까지 다시 상승했다가 내년 봄께 9%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향후 경기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는 존 프라빈 박사는 각국 중앙은행의 성급한 금리 인상과 미국, 유럽, 영국의 재정 적자를 꼽았고 위스 이사는 중동지역의 에너지 공급 차질과 금융 불안을 지적했다.
레슬러 이사는 여전히 취약한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은행을 다시 어려움에 빠지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손 교수는 각국 정부의 재정 적자 문제를, 골드스틴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의 확신부족을 각각 위험요소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