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가산금리 앞다퉈 인하
은행들이 영업력 회복을 위해 대출 가산금리를 속속 인하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신규 대출에 집중되면서 기존 대출자들은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서민 가계의 이자부담 완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코픽스연동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신규대출 가산금리 속속 인하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주택금융공사를 대리해 판매하는 금리설계보금자리론의 금리가 오는 12일부터 신규 대출에 한해 일제히 최고 연 0.50%포인트 인하된다.
금리설계보금자리론은 1년간 변동금리를 적용한 후 고정금리로 전환되는 금리혼합형 상품으로, 판매 한도 1조5천억원 내에서는 3년까지 변동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CD연동 대출의 가산금리는 0.50%포인트 인하된 1.90%포인트가 적용되며, 코픽스연동 대출의 가산금리는 0.41%포인트 인하된 1.11%포인트가 적용된다. 인터넷을 통한 신청과 금리할인 옵션 등을 선택할 경우 대출금리가 최저 4.3%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5일부터 주택신용보증료율도 최대 0.30%포인트 인하한다.
외환은행은 이달부터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영업점장이 전세관련 대출을 포함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최대 0.50%포인트까지 인하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5일 신규 대출자용 양도성예금증서(CD)연동 대출의 가산금리를 0.20%포인트 인하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달 4일부터 신한전세보증대출의 가산금리를 0.20%포인트 인하했다.
대부분 은행들은 코픽스연동 대출을 도입하면서 가산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초 코픽스연동 대출을 출시하면서 가산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CD연동대출보다 최저금리를 0.20%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적용했으며 기업은행은 최대 0.48%포인트 인하했다.
이번주 국민은행의 코픽스대출 금리는 4.18~5.58%로 한달전보다 0.26%포인트 떨어지면서 같은기간 0.10%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친 CD연동대출과 최저금리 차이가 0.36%포인트로 확대됐다.
◇기존 대출자"금리 인하는 그림의 떡"
그러나 대다수 대출자들은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인하된 대출 금리는 신규 대출자에게만 적용되고 기존 대출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예금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7.41%로 전월보다 0.23%포인트 떨어졌지만, 잔액 기준으로는 7.71%로 한 달 새 0.04%포인트 상승했으며 작년 9월에 비해서는 0.44%포인트 급등했다.
기존 대출자들이 금리 인하 혜택을 보려면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신규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장 금리 하락 등으로 대출 금리가 내려갔지만 기존 대출자들은 대환을 하는 방법 외에는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주택담보대출 고객이 금리 인하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수수료 부담이 없는 코픽스 연동 대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기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에 대해 상품 출시 후 6개월 간 중도상환 수수료 등의 비용 부담 없이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코픽스가 주로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되고 있어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신용대출 등 CD 연동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은 코픽스 금리 인하 혜택을 보기 어렵다.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중 CD연동 대출이 90%에 달하는 등 코픽스 대출 출시 이후로도 CD연동 대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존 CD 연동 대출자들은 중도상환 수수료 부담이 없고 고정금리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로 갈아타는 것을 권하는 한편 코픽스 연동 대출 상품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11월 이후 가산금리가 높았을 때 대출을 받은 대출자들은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로 갈아타면 금리 상승기 때 고정금리 혜택을 볼 수 있다"며 "다만 대출의 기간과 금리 상황을 따져 갈아타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