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의 경영복귀를 계기로 예상됐던 그룹 중추의 조직 개편 문제와 이 회장의 사업장 순시 일정 등이 모두 안갯속이다.
이날 오전 이 회장의 경영복귀 후 삼성 서초사옥에서 처음으로 열린 주례 사장단협의회에는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외부강사로 참석해 `사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프레임'을 주제로 강연했다.
늘 해오던 초청강연이 이뤄졌고, 이 회장도 물론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인 이인용 부사장은 회의 후 "특별히 밝힐 만한 사안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의 말에는 이 회장 복귀의 명분으로 강조됐던 '위기의식'을 뚜렷하게 드러내 보일만한 긴박감은 녹아 있지 않았다.
이처럼 이 회장 복귀 선언 이후의 필요한 후속 조치들이 속전속결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삼성이 느끼는 부담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이 회장을 보좌해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조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이 회장의 복귀발표 당시에 사장단협의회 산하의 업무지원실과 법무실, 커뮤니케이션팀을 업무지원실, 윤리경영실, 브랜드관리실 등으로 확대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던 것에서 별 진전이 없는 것이다.
그 배경을 놓고 삼성이 이 회장을 보좌할 기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법적 걸림돌을 해소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분위기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요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 보좌조직 구성 문제와 관련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면서 "기업의 조직이나 권한의 크기가 사회적 문제가 돼 버렸다"고 말해 일각에서 거론되는 옛 전략기획실이나 비서실 형태의 조직을 부활시키는 것에 느끼는 부담감을 시사했다.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의 첫 공식 일정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 회장은 과거에도 회사로 매일 출근하거나 사업장을 일일이 챙긴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경영복귀 선언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상징적인 행보가 조만간 있을 것이라는 재계 안팎의 애초 예상과는 다소 다른 흐름이다.
아울러 삼성은 이 회장 복귀 선언 당시 서초동 삼성사옥 42층에 회장실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작업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 관계자는 "공간은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공사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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