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시즌이 개막했다.
채권은행들은 다음 달부터 6월까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동시에 하되,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 및 조선업종을 우선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다.
대기업그룹(주채무계열)별로도 재무구조를 평가해 '불합격' 판정을 받은 그룹을 중심으로 5월 말까지 재무개선약정(MOU)을 체결할 방침이다.
◇4월부터 정기 구조조정 시즌 개막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채권은행은 이달 말까지 기업들의 2009년 기준 확정 재무제표를 제출받아 4월부터 일제히 정기 신용위험평가에 들어간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 대기업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반드시 신용위험 평가를 해야 하고, 500억 원 이하 중소기업은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평가하게 된다"며 "6월 말까지 구조조정 대상 선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용위험평가 대상 대기업은 1천400여 곳이었는데 올해는 1천500곳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채권은행은 영업실적과 현금흐름 등을 고려해 부실화 우려가 있는 세부평가 대상을 선정하는 기본평가를 4월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5~6월에는 세부평가 대상업체를 대상으로 부실징후기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A(정상), B(일시적 유동성 부족), C(워크아웃), D(법정관리)로 구분하게 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세부평가는 주채권은행과 다른 채권금융회사가 동시에 실시하고, 채권단 내 이견이 있으면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어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조선 우선 구조조정
채권은행은 업황 악화로 자금난을 겪는 건설 및 조선사를 우선 구조조정할 방침이다.
일부 업체의 부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건설업종과 잇따른 수주 취소로 몸살을 앓는 조선업종은 세부대상이 상당 부분 분류된 상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건설과 조선업종은 작년 초에 마련된 은행권 공통 평가기준이 올해도 적용된다"며 "채권은행들이 신용위험평가를 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위험한 업종은 먼저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는 부채비율, 현금보유비중, 매출액순이익률 등 재무위험과 산업 내 지위, 평균 분양률, 수주잔고, PF대출 우발채무 위험 등 영업위험을 기준으로 평가하며, 조선사는 차입금 의존도와 선수금유보율, 선박건조 경험, 수주잔고, 건조설비 완료 비율 등을 따지게 된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중 예상되는 출구전략 시행에 앞서 불확실 요인을 없애기 위해 부실 우려가 제기되는 업종부터 우선 구조조정할 방침이다.
다음 달부터 중소기업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기촉법 적용대상이 아닌 중소기업은 은행마다 평가기준이나 대상이 다른데 금융당국은 4월 중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표준화'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지난해 하반기 3차례에 걸친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때는 10억 원 이상 외감법인과 30억 원 이상 비외감법인 3만3천 곳이 평가 대상이었다.
◇주채무계열사 5월 말까지 MOU 체결
금융권 총 신용공여액의 0.1% 이상을 차지하는 주채무계열을 대상으로 한 재무구조 평가도 4월부터 시작된다.
채권은행은 불합격 판정을 받는 그룹을 대상으로 5월 말까지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작년에는 45개 주채무계열 중 10곳이 채권단과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해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지난해 채권단은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총자산회전율, 매출액영업이익률을 갖고 평가하되, 부채비율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평가기준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올해는 은행연합회 주관으로 현금흐름을 비롯한 유동성 지표를 추가하는 등 평가기준을 보완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재무안전성과 현금흐름, 유동성 등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재무안정성은 총차입금과 자기자본비율을, 현금흐름은 EBITDA(현금창출능력)와 총차입금, 유동성은 현금성 자산과 유동성 부채를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채무계열도 이달 중에 주총이 끝나면 결산보고서가 확정되니까 4월 중에 일제히 평가를 할 예정"이라며 "대기업은 최근 3년 연속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거나,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마이너스인 업체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