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기아자동차가 지난 11월 말 출시한 야심작 K7(사진 위)의 성능을 자랑하기 위해 수입차와 비교하는 시승회를 열었다.
출시한 지 두 달여나 지난 차에 대해 비교 시승회를 여는 것은 출시 당시 디자인과 상품성에 초점을 둬 가속.감속력 등 주행 성능을 내세우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라고 기아차는 설명했다.
이날 K7과 비교된 차는 도요타 렉서스의 인기모델인 ES 350(사진 아래)과 혼다 어코드 3.5였다.
준대형급인 K7과 ES 350과는 달리 어코드는 중형급으로 분류되므로 논외로 하고 비슷한 조건인 K7과 ES 350을 놓고 보자면, 우선 K7이 전장.전폭.전고가 각각 4965㎜, 1850㎜, 1475㎜로 ES 350(4860㎜, 1820㎜, 1450㎜)에 비해 약간 크다. 또 휠베이스와 윤거에서 K7이 2845㎜, 1601㎜로, ES 350(2775㎜, 1575㎜)보다 모두 길어 접지 면적이 더 넓다.
엔진 형식은 V6로 동일하고, 배기량은 K7이 3470cc로 ES 350(3456cc)보다 약간 크다. 최고출력(ps)은 K7이 290으로 ES 350의 277보다 높지만, 최대토크(㎏.m)는 ES 350이 35.3으로 K7의 34.5에 비해 높다.
이 같은 조건의 두 차량을 기아차 화성공장의 주행시험장에서 슬라럼과 코너링 구간, 최대 가속 구간을 지나는 동일한 코스를 타며 비교해봤다.
K7은 넓은 접지면적과 준대형급의 무게감으로 확실히 안정감이 뛰어났다.
슬라럼 구간에서 60㎞/h 속도로 핸들을 꺾을 때도 차체자세제어장치(VDC)가 차를 견고하게 잡아줘 쏠림이 적었다.
또 최대가속 구간에서는 엑셀을 밟자마자 빠른 반응 속도로 160㎞/h까지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갔다.
급제동을 하니 앞으로 거의 밀리지 않고 목표한 지점에 멈춰섰다.
렉서스 ES 350은 특히 엔진 소음이 거의 안 느껴질 정도로 렉서스 특유의 정숙성과 승차감을 자랑했다. 가속력이나 제동력에서도 거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었고, 일반 주행에 있어서는 사실 흠잡을 데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두 모델이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은 핸들링이었다.
K7은 핸들 움직임이 물흐르듯 부드럽게 느껴졌다. 조금만 방향을 틀어도 바퀴가 즉각 반응을 했다. 이에 비해 렉서스는 핸들 움직임이 약간 팽팽한 느낌이었다. 핸들을 움직이는 데 힘이 약간 더 들었고 바퀴의 반응도 상대적으로 느렸다.
게다가 같은 지점에서 출발해 정해진 직선 구간을 경주하는 `드래그 레이스'를 해보니 가속력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차례의 레이스에서 모두 K7이 ES 350보다 결승선을 먼저 들어왔다.
주행시험장의 고속주행로 시승을 하면서 두 모델의 차이를 더 확인할 수 있었다.
K7은 200㎞/h 이상의 속도에서 핸들을 놓아도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접지력이 좋아 차체의 떨림도 아주 적었다.
이에 비해 렉서스는 200㎞/h 이상에서 속력을 낼 때 부드럽게 가속이 되지 않고 제동이 걸리는 느낌이 있었다. 이는 `퓨얼 컷(fuel cut)' 현상으로, 차량 엔진의 성능을 보호하기 위해 무리한 가속을 제어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기아차 관계자는 설명했다.
고속 주행시 차체와 핸들의 떨림도 렉서스 ES 350이 더 심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K7은 고속 주행에서 최대한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데 초점을 맞춰 만들었다"고 말했다.
K7은 혼다 어코드에 비해서도 가속이나 감속 반응이 빨랐고, 핸들링도 더 부드러웠다.
그러나 내구성 측면에서 혼다의 엔진이 높이 평가받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한된 구간에서의 시승 결과만 놓고 동일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렉서스 ES 350 역시 승차감이나 디자인,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움 등으로 따지자면 K7과 비교하기 어려운 모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비교시승 행사는 K7이 엔진 성능이나 VDC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수입차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하게 증명한 효과는 있었다.
가격도 4200만원으로 ES 350(6750만원)에 훨씬 저렴하다는 점도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