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주회사와 은행 사외이사들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전체의 30% 정도가 물갈이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와 우리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4개 은행지주회사와 자회사인 은행들의 사외이사 64명 중에서 3분의 1 수준인 20명 가량이 이번에 사외이사 직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16명이 사외이사에 새로 선임되고, 기존 사외이사 자리 중에서 4명의 몫이 사라진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전체의 30%에 달하는 사외이사들이 대거 교체되는 만큼 이들 4대 은행지주와 은행에 신선한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부 금융회사들은 이번에 도입된 '사외이사 모범규준'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사외이사에 적합한 인물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10명 이상 새로 선임
KB금융지주는 총 9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을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최근 사외이사를 사퇴하고 전북은행장에 내정된 김한 이사와 사의를 밝힌 조담 이사회 의장, 변보경 이사 후임을 선임키로 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자문단이 보고한 9명의 후보들 중에서 3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또 KB금융의 최대주주인 ING그룹도 자크 켐프 이사를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이사회를 앞두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에서는 최근 사외이사직을 사임한 남상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등 3명의 사외이사가 바뀔 전망이다.
2005년 말에 출범한 하나금융의 사외이사들은 재임기간이 5년 미만이지만 사외이사 모범규준 등을 고려해 남 교수 외에 추가로 2명의 이사를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나금융 측은 밝혔다.
현재 10명의 사외이사 중에서 기업 출신 등의 일부 사외이사가 교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 달 말 신한금융지주도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 12명 중 8명을 내보내고 4명을 올해 주총에서 새로 뽑기로 했다. 신한지주의 사외이사 수는 종전 12명에서 8명으로 줄어든다. 새로 선임되는 사외이사 4명 중 3명은 주주대표이며, 1명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과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인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원장이 후보로 선정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전날 이사회에서 7명의 사외이사를 교체 없이 1년 더 연임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영호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이 겸직하던 키움증권 사외이사를 사퇴함으로써 전원 유임 쪽으로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우리금융은 민영화라는 과제를 앞두고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전원 유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융권의 급변기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조직의 안정과 연속성이 최고의 가치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모범규준을 적용하면 기업가나 회계, 법무법인의 임원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가 어렵다"며 "적합한 후보가 없어 일부 은행들이 사외이사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 CEO와 이사회 의장도 '분리'
우리금융 등 일부 지주사들은 그간 최고경영자(CEO)인 회장이 겸직해오던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 등 일부 지주사 회장들은 이번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이번 이사회에서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방안도 논의키로 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현재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신한지주 역시 2월 말 이사회에서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키로 하고, 3월 주총 직후 이사회를 열어 의장을 새로 선임키로 했다.
우리금융도 CEO와 이사회 의장을 가능하면 분리하고 이사회가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의장을 선임한다는 등의 내용도 정관에 도입했다.
출범 때부터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온 KB금융은 주총 직후 이사회를 열어 1년 임기인 차기 이사회 의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신한.하나銀, 일부 사외이사 교체
8일 이사회를 개최하는 하나은행에서는 총 7명의 사외이사 중에서 3명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송상현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와 이유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 등 3명이 재임기간이 5년을 넘어 연임이 어렵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에서도 재임기간이 5년이 넘은 서상록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와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등 2명이 교체 대상이다.
신한은행은 내달 24일 정기 주주총회 전에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2008년 9월과 10월에 사외이사를 선임한 만큼 이번에는 교체 대상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은행 역시 사외이사 교체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8명의 사외이사들이 임명된 지 1~2년 밖에 되지 않는다"며 "교체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