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KT가 '유사사명' 업체들로 인해 울상 짓고 있다.
상호명에 'KT'를 사용하는 군소업체들이 난립하고 있고, 여기서 발생된 소비자 피해의 '멍에'를 고스란히 '진짜 KT'가 뒤집어쓰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KT측은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으나 가시적 성과를 올리기 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 'KT로지스', 'KT돔' KT와 관계 없어
박모씨는 최근 종합물류업체인 KT로지스 측에 이삿짐 운반을 의뢰했다. 대기업 KT가 운영한다는 생각에 믿고 맡길 수 있었다.
그런데 이사 당일 몇몇 가구가 새 집으로 운반되지 않았고, 박씨는 업체 측에 불만을 제기했다.
박씨의 계속되는 항의에도 업체 측은 '확인해보겠다'라는 말뿐,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확인결과 KT로지스는 박씨의 생각과 달리 KT 계열사가 아니었다. 박씨가 하소연할 마땅한 대상이 없다는 말이다.
이모씨는 지난해 말 스키장비 대여 사업에 필요한 홈페이지 제작을 'KT돔' 측에 의뢰했다.
사업 특성상 겨울시즌만 영업이 가능한 터라 업체 측에 홈페이지 제작을 서둘러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홈페이지 제작 완료시기를 차일피일 미뤘다. 겨울 막바지인 최근에야 완성된 홈페이지는 사용이 불가능했다.
이에 이씨는 KT측에 강하게 항의 했으나 소용 없었다. KT돔은 2000년 6월 KT의 사내벤처로 출발한 업체지만 이후 KT가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해 2월 현재 KT와 무관한 업체다.
업계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사례들과 대동소이한 소비자들의 피해는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KT의 미간주름이 자연히 깊어질 수 밖에 없다.
KT 관계자는 "무조건 업체 명에 'KT'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며 "다만 문제가 많은 업체의 경우 직접 연락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사사명 업체들로 인한 기업의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광고나 보도자료 등을 적절히 활용, '오해차단' 노력을 펼치고 있다는 부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유사사명 업체들의 난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업체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업체 들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더욱이 사칭 업체들의 회사소개, 홍보문구 등을 어떻게 감시할 수 있겠냐"며 난색을 표했다.
KT의 문제해결 의지에 불협화음 차단 시점이 달려있는 셈이다.
한편 KT건설, KT대리운전, KT꽃배달, KTHS 등의 업체가 KT와 유사한 사명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