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8일 저녁. 샌디에이고 근처 125번 고속도로 선상에서 911 전화로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건 남자는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지금 렉서스를 타고 125번 도로 북쪽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인데 가속페달이 말을 듣지 않는다.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 교차로쪽을 향하고 있다. 잠깐..잠깐.. 제발..제발.."
전화는 충돌 소리와 함께 끊겼다.
도요타 자동차가 제작한 렉서스 350 세단은 펜스를 넘어 마주오던 SUV 승용차와 충돌한 뒤 화염에 휩싸여 운전자를 포함한 4명의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차안에는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원인 마크 세일러와 그의 아내와 딸, 처남이 함께 타고 있었다.
이 비극은 한때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던 도요타 자동차가 8개의 차종에 대한 대대적인 리콜에 착수하기 5개월에 발생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2천여건의 의도치 않은 가속페달 관련 불만과 사고를 접수했던 도요타가 지난 주에야 자체 조사와 차량 리콜 조치 등에 착수한 것은 너무 늦게 치명적인 결함을 인식한 것"이라고 늑장 대처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도요타 자동차가 급가속 문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고, 초기에 이 문제들에 대한 보고서들을 자신들의 안전성에 대한 과신으로 가볍게 취급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 가을 도요타는 느슨한 플로어 매트들이 급가속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말하면서, 수백만명의 도요타 자동차 소유주들에게 매트를 없애도록 충고했다.
또 지난해 11월 2일에는 "어떤 다른 결론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면서 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에 의해서도 이 같은 점은 입증됐다고 주장하면서 가속페달 자체의 결함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었다.
이에 대해 미 당국은 도요타측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며 부정확하다면서, "이 문제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NYT는 NHTSA의 감시 능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NHTSA가 지난 2002년 부터 수많은 검사에서 도요타차에 어떤 문제도 없다면서 통과시켰을 뿐 아니라 가속페달 문제가 잇따라 제기됐지만, 아직까지도 매트 문제 외에는 어떤 결함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NYT는 1월 미국에서 도요타차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1%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시장 점유율 또한 지난 2006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