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가격인하 정책을 발표한 지난 7일 이전에 비해 삼겹살 값이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옆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는 삼겹살 100g이 1천580원이었고, 서울 성수동의 한 동네 정육점에서는 2천원이나 됐다.
서울시내에서 삼겹살 값이 판매처에 따라 최고 3배나 비싼 이상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이마트의 가격인하 선언으로 촉발된 대형마트 간 가격경쟁이 삼겹살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형마트 3사의 점포가 밀집한 영등포 지역에서는 치열한 눈치싸움으로 삼겹살 가격이 하루 단위로 달라지고 있다.
23일 오전만 해도 이마트 영등포점은 삼겹살 100g을 730원에 팔다가 롯데마트 영등포점이 720원으로 대응하자 같은 날 오후 5시 다시 가격을 720원으로 내렸다. 롯데마트 영등포점도 즉각 710원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간의 유례없는 삼겹살 전쟁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유통업계는 이마트가 지난 7일 가격인하 정책을 발표하면서 인하가격을 최소 1개월 이상, 최장 1년 이상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산품에 대해서는 인하가격을 1년 이상 끌고 갈 수 있겠지만, 삼겹살 등 신선식품값은 산지가격과 공급물량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1개월 이상 인하가격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앞으로 1~2주 후에 이마트가 신선식품 가격을 다시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롯데마트 측은 "소비자들에게 이마트보다 단돈 10원 이상 싸게 팔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마트가 가격인하를 계속할 경우 적극 대응할 것"이라면서 "이마트가 가격을 내릴 때까지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측도 "경쟁사가 대응을 계속할 경우 가격경쟁을 그만둘 수 없다"면서 "경쟁사가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지난 7일 신문광고를 통해 공표한 가격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겹살 100g당 980원의 가격으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는 가격경쟁에서 한발 물러났다.
지난 20일까지만 해도 경쟁사들과의 가격경쟁에 적극 대응해 삼겹살 100g을 880원까지 낮췄던 홈플러스는 21일 1천580원으로 올렸다. 하루 만에 2배 수준으로 올린 것이다.
홈플러스는 "삼겹살 가격이 계속 내려가면서 품절사태 등으로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어 정상 가격으로 환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삼겹살 외에도 돼지고기 목심, 바나나, 자반고등어, 계란 등의 가격도 원래 가격으로 환원했다고 덧붙였다.
주택가에 있는 소규모 정육점은 삼겹살 100g을 1천800~2천원에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한편 지난 7일 이마트의 가격인하 선언 이후 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삼겹살 소비가 크게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영등포점은 가격인하 전에는 하루 평균 50㎏ 정도를 팔았으나 가격인하 후에는 하루 평균 600㎏을 파는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마트 영등포점 역시 가격인하 전에는 하루평균 90㎏ 팔리던 삼겹살이 가격인하 후에는 150㎏으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대형마트들은 삼겹살을 납품가 이하로 팔면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삼겹살을 포함한 일부 생필품 가격인하 이후 총 매출이 10%가량 늘어 전체적으로는 이득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