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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강승만 기자] 한국공항공사가 대다수 지방공항의 적자와 잇달은 실책·비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공항공사는 연초 제주공항 '폭설 대란'을 시작으로 퇴직자 용역업체 간부 재취업, 청소노동자 성추행, 직원 횡령, 중국인 밀입국 등 올해 조직 비위와 업무 태만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공사 고유 업무에 대한 책임성과 서비스의 공공성은 미흡한데 성과급만 챙긴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지방공항 617억원 적자에도 성과급 잔치
17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1082만원, 올해 직원 평균 1116만원의 '기타 성과상여금'을 지급했다. '경영평가 성과급'은 지난해 809만원을 지급했고, 올해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영평가 성과급 평균은 약1000만원 수준이었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성과급은 '경영평가 성과급'과 '기타 성과 상여금' 두 종류다. 경영평가 성과급은 기재부 평가에 따른 성과급으로 1·3분기에 지급된다. 기타 성과 상여금은 기관 내부에서 성과를 평가해 2·4분기에 지급한다.
올해 한국공항공사가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난해 수준으로 받을 경우 임원 13명(상임6, 비상임7)을 제외한 정규직 직원 1873명이 올해 받는 성과급은 직원당 1900만원, 총액 355억원이다. 이는 올해 당기순이익 880억원의 40%에 달한다.
흑자를 내는 공공기관이 성과급을 지급하는 게 문제될 것은 없다. 문제는 지역에 위치한 공항이 대부분 적자로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해온 점이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김포, 김해, 제주를 제외한 11개 공항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총 617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사천공항은 수익대비 인건비 비율이 각각 615%, 518%였다. 원주공항은 수익이 3억원인데 인건비는 19억원, 사천공항은 수익이 5억원인데 반해 인건비는 2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포항공항은 활주로 정비를 이유로 2년간 운영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의 절반인 7곳은 수익으로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했다.
한국공항공사는 과거 성과급을 중복 지급해 2011년 국회 및 감사원 감사에서 방만경영을 질타 받았음에도 이후에도 매년 1900만원대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성과급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공항공사 김문환 동반성장팀장은 "성과급은 정부 경영성과 평가시스템과 한국공항공사 성과상여금 평가시스템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많고 적고를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는 그동안 크고작은 사건사고도 끊이질 않았다. 지난 1월 24일 제주국제공항은 폭설로 40여시간 넘게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제주도 추산 최대 9만7000여명의 내·외국인 관광객의 발이 묶였지만 매뉴얼이 없어 공항 체류객 편의 제공과 제설작업이 늦어졌다.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당시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한국공항공사 차원의 보상도 없었다.
이를 시작으로 올 한해 한국공항공사는 외국인 밀입국 등 보안사건, 퇴직자 용역업체 간부 채용과 관리자 성추행 논란 등으로 조직 안팎으로 관리 부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달 19일 제주공항에서 중국인이 공항 담을 넘어 밀입국했다. 지난 2월에는 30대 남성이 청주공항에서 실탄을 소지한 채 제주로 왔다가 다음날 제주공항에서 청주공항으로 돌아가다 발각됐다.
지난 9월에는 한국공항공사 국정감사 결과 공사 용역업체 입찰 과정에서 공항공사 퇴직자를 간부로 채용하는 강제조항이 드러나 '항피아' 논란이 일었다. 총 계약액 100억원 이상 12개 업체의 현장 대리인은 모두 공사출신이었다.
지난 5월엔 공항공사 퇴직자 출신 김포공항 용역업체 관리자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습적으로 청소노동자를 상대로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달에 한국공항공사 직원이 공항 대테러 훈련용 소모품 비용을 빼돌렸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 조직은 비위로 얼룩지고 공항관리는 구멍
이밖에 최근 2~3년 사이 금품을 받고 보안장비를 부정 납품 받거나, 외화 밀반출 일당에 뇌물을 받고 이를 방조하는 등 공사 직원의 조직적 비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지만 공사는 자체적으로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폭설 대란 등 각종 사건들로 공항 이용객과 국민에 불편을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메뉴얼 마련 등 조치를 취해 유사사태가 발생했을 때 잘 대처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한국공항공사는 기획재정부장관이 51.7%, 국토교통부장관이 48.3%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공사가 담당하는 업무는 공항을 이용하는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공성이 강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익성'위주로 경영실적 평가를 실시했다.
관계 분야 전문가는 수익성과 함께 서비스의 공공성과 책임성이 확보됐는지의 평가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관련분야 전문가는 "공기업은 수익성과 함께 공공성을 추구한다"라며"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공서비스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성과급 지급에서 효율성과 수익성과 함께 공공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