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현대차 까지…'최순실 라인' 광고계도 삼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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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에 현대차 까지…'최순실 라인' 광고계도 삼켰나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11월 14일 0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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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청와대 직접 압력 무게…검찰 조사결과 예의 주시
   
▲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폭력행위등처벌법상 공동강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된 차은택 씨가 검찰 조사를 마친 뒤 12일 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최순실 씨가 주도한 '국정논단' 파문이 광고계로 까지 번지고 있다.

최 씨의 측근인 광고감독 차은택 씨가 설립에 관여한 것으로 추측되는 소규모 광고업체가 KT,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광고를 무더기로 따낸 것으로 파악됐다.

비슷한 시기 정부 광고와 사업도 잇따라 수주해 사실상 '최순실-차은택'으로 이어지는 배후세력이 입김을 불어 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계, 산업계, 문화계, 체육계 등 국내 각계 전반에 최 씨가 장시간 독버섯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초대형 후폭풍'에 대한민국이 장시간 신음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Q. KT·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의 광고마저 최순실 측근들이 독식했다는데.

= 그렇다. 최순실 씨의 최 측근으로 분류되는 광고감독 차은택 씨는 자신의 소유인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가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되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지난 2∼9월 공개된 KT 영상 광고 24편 중 차 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광고는 11편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당 기업들은 업계에서 '큰 손'으로 통하는 광고주들이다. 다른 광고주들도 영향을 받았거나 또는 직·간접적 외압을 받았을 확률도 존재하기 때문에 업계 전반에 걸친 '도미노식' 치부가 드러날 수 있다.   

Q. KT부터 짚어보자. 이미 오래 전 정부로부터 독립하지 않았나.

= 매우 안타까운 대목이다. KT는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출발했다. 2002년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표면적으로 민영화됐다.

11월 현재 KT의 최대 주주는 지분 10.47%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소액 주주 비율은 65%에 달한다. 딱히 도드라지는 주인이 없는 회사라는 의미다. 그런 점이 오히려 위부 입김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단초가 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이석채 전임 회장을 포함해 삼성전자 출신 황창규 현 회장 등 이른바 '낙하산 인사' 힐난을 면치 못한 게 사실이다. 사실상 정부의 통제 하에 놓여있다는 '꼬리표'를 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Q. 현대차의 경우는 어떤가.

= 현대차 고위 임원 A씨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가 현대차 광고를 딸 수 있게 신경 써 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직접 압력으로 인식하지 않았겠는가.

이후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마케팅 회사인 D사를 통해 제네시스 가상 광고와 i30 지면 광고 등을 차 씨 회사에 맡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 전 수석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소개로 차 씨를 알게 됐다고 밝힌 상태다. 검찰은 이들간의 연결고리를 캐내는데 주력하고 있는 상태다.

Q. 타 광고업체들과 입찰경쟁을 벌였을 것 같은데. 그 과정에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말인가.

= 2가지 정도 경우의 수가 있다. 애초 플레이그라운드를 점 찍어 놓고 형식적인 입찰을 진행했거나 가점사항을 사전 누출했을 경우다. 후자의 경우는 광고주가 관심 있어 하는 색채나 사운드, 마케팅 포인트 등을 입찰 전 특정 업체게 전달했을 가능성을 말한다.

수험생이 이미 정답을 알고 응시했다면 그 결과는 뻔한 것이 아닌가. 다른 수험생들은 이유도 모른 채 탈락 한 것과 다름 없다.

Q. 그렇게 해서 완성된 개별 광고 질 자체가 의심스러운 것 아닌가.

==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광고라는 게 영화나 드라마와 같아서 진행 과정 중 뼈대가 크게 수정되는 일이 다반사다. KT나 현대차 같은 광고주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며 제작사 측에 원하는 그림을 그려나가야 하는데 플레이그라운드는 사실상 광고주 위에 군림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광고주 입장에서 이른바 '울며 겨자 먹기 식' 거래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향후 검찰 조사 결과에서 이 같은 정황이 일부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열쇠는 광고주들이 쥐고 있지 않겠나.

Q. 국내 광고업계 내부 충격도 상당할 것 같다.

= 광고업계 전문 매체 'THE PR' 관계자는 "전통 광고시장의 하향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광고인들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업계 전체가 매도당하지 않을까 경계하는 분위기"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업계의 불공정 경쟁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중소형 광고업체들의 순수 경쟁력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무대에서 자취를 감출 까 우려하는 의견도 상당하다.

Q. KT나 현대차 측은 어떤 입장인가.

=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한 채 상황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 측은 "나름의 작품성을 인정받아서 그 회사의 창조성이나 광고의 질을 높이 평가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정상 하자는 없다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의혹에 불과한 만큼 향후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사안별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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