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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서순현 기자] '워크맨'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세계를 제패했던 소니의 소형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지칭하는 이 단어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소니는 '트리니트론', '바이오', '브라비아', '클리에' 등 한 세대를 풍미했던 제품들을 다수 배출했습니다. 지난 2000년대 초 '소니 스타일'이란 첨단기술과 세련됨을 갖춘 트렌드라는 공식이 성립됐었죠.
그러나 소니는 2000년대 중반부터 삼성, LG 등 경쟁자들에게 점점 자리를 내주며 깊은 침체기를 겪습니다. 5조원대의 손실, 국제투자등급 'Ba-'를 기록하며 본사 건물까지 매각하는 굴욕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자업계에서 소니가 사라지는 게 시간문제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 소니, 올해 흑자전환…카메라∙게임 사업 집중
그런 소니가 다시금 상처를 딛고 일어서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샐러리맨 출신 최고경영자(CEO) 히라이 카즈오가 부임한 이후 소니는 지지부진했던 '브라비아 TV', '워크맨', '바이오 노트북' 등 사업을 상표권과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모조리 분사시켰습니다. 이 같은 쇄신은 소니의 부채와 손실을 메꿨고 부활의 신호탄을 쏴 올렸습니다.
소니의 적자는 매년 점차 줄어들었고 올해부터는 흑자전환을 이루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과거 소니 몰락의 원인으로 '기술 경시'를 꼽습니다. 창업자가 타계하고 부임한 영국 출신 CEO 하워드 스트링거는 소니의 DNA를 조금씩 파괴했습니다. 기술 연구개발(R&D)에는 문외한이었던 스트링거는 사실상 제 손으로 최고급 엔지니어들을 타사로 내쫓아 버립니다.
실패를 통해 기술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체감한 소니는 자사 강점을 극대화 시키는 전략을 통해 체질개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소니는 이미지 솔루션 등 광학 기술과 게임산업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2014년 이후 소니는 렌즈 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으며 삼성전자 '갤럭시', 애플 '아이폰' 등 스마트폰에도 소니의 카메라 센서가 탑재되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는 세계 최초 4K 해상도 액션캠을 발표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 발표한 비디오게임 기기 '플레이스테이션4'는 지난 6월 기준 전 세계에서 4350만대가 팔리며 호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소니는 가상현실(VR) 헤드셋 '플레이스테이션 VR'을 발매하며 VR시장 성장에도 대비하는 중입니다.
또한 소니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등의 미디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생산∙공급∙유통할 수 있는 기업으로서의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는 콜롬비아 픽쳐스와 트라이스타 픽쳐스를 소유하고 있고요. 소니 뮤직의 경우 마이클 잭슨, 엘비스 프레슬리, 브리트니 스피어스, 비욘세 등 유명 가수들이 소속돼있는 세계 3대 레이블 중 하나입니다.
이는 삼성전자가 최근 소프트웨어∙콘텐츠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점과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애플도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유통시킴으로써 '아이튠즈'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습니다.
◆ 과거 전성기 부활 가능할까
삼성∙LG전자와 애플 등이 정체를 겪고 있는 지금, 이들이 정말 소니를 압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기술 발전, 콘텐츠 생산이라는 2가지 요소가 소니의 과거 전성기 시절 창의성을 다시금 살려내고 있습니다.
새로 출시된 '아이폰7'은 과거 아이폰들의 변화에 못 미치는 혁신으로 소비자들을 실망시켰고 삼성전자도 최근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인한 위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LG전자의 MC 사업부는 적자의 늪에 빠진 지 오래입니다.
소니는 최근 2년 만에 우리나라에 '엑스페리아 XZ'를 출시하며 다시금 진출을 시작했고 이달 열리는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6'에 부스 100개를 신청했습니다.
소니의 이후 적극 행보가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예상도 그다지 허황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